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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

꽃을 그리며

 

 

 

 

 

 

 

올해는 유난히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고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헌데 문제는 피지도 못한 꽃들을 제물 삼아서 줄줄이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여태까지는 불만족이 있어도 나름 감수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태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고궁과 까페를 드나들며 나름 즐길 수 있다는 점, 연구를 위해 한국어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이 꽤나 "안전"하다는 점이 다른 불만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게 해줬었다. 헌데 마지막 부분이 요즘은 영....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연이어 터지는 사건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곳은 마치 안전과 생명 따위 자본의 논리 앞에 팔아버린 진정한 금전 디스토피아의 세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윤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생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그 논리가 참으로 무섭다.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 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안 돼'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하다.  

 

 꽃은 진다. 피면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리이며 자연의 법칙이다. 허나 꽃은 반드시 활짝 핀 다음에 져야 하며, 진 이후에는 푸르른 여름의 신록을 맞아야 한다. 피기도 전에 꽃이 떨어지고 이어서 나무가 죽어버리는 것은 자연계에서도 질서를 벗어나는 일이다. 헌데 지금 우리의 꽃은 제대로 피고 있는가? 신록을 만들어내고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영양분은 공급되고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일단 "살 수는" 있는 것일까? 요즘들어 영 불안한 것이,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은데 그렇다고 모든 일을 놓아버리고 속세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하다. 이를 어찌해야 할 지는 나 자신도 모르는데 하물며 신이라고 알겠는가. 모쪼록 아무 일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 져버린 생명들을 기리며,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꿋꿋하게 살고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의무이자 진정한 애도가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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