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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20151217-20160103] 도시가 주는 선물 프랑크푸르트 마지막 날, 내가 간 곳은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묵고 있던 숙소가 마침 자연사 박물관과 가까웠던 데다가 오전에 날씨가 워낙 안 좋았던지라 잠깐 전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길에 관한 한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지라 숙소에서 박물관까지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던지라 길을 다 기억하고 있던 데다가, 파리보다 도시 규모가 크지 않고 직선으로 잘 정비된 도로가 많기 때문에 길을 찾기가 훨씬 쉽다. 내가 사는 도시도 아니고 고속열차로 무려 4시간 가까이 달려야 도착하는 도시이지만 이런 식으로 기억을 하고 있으면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는 프랑크푸르트 거주민도 아닐뿐더러 프랑크푸르트에 살면서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1217-20160103] 이상한 나라의 겨울 두 달이 조금 넘는 간격을 두고 나는 프랑크푸르트와 재회했다. 지난번에는 여행의 종착점이었던 프랑크푸르트지만, 이번에는 여행을 시작하는 곳으로서 프랑크푸르트와 재회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나를 반겨준 프랑크푸르트는 나의 세 번째 프랑크푸르트인 것이다. 사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내에선 가장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안 나고, 오히려 크리스마스에도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평해지는 도시이다. 아무래도 회사들이 많고 특히 금융이 주력인 도시니까 그럴 법도 하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와 각종 종교 행사를 중요시하는 카톨릭과 달리 소박하고 조용하게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을 중시하는 신교가 우세인 지역이라서 더욱 그런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랑크푸르트를 크리스마스 여행의 첫 관문으로 택한 건,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1001-08] 안녕, 이상한 나라! 프랑크푸르트를 떠나는 날, 내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이다.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컬렉션을 자랑하는 자연사 박물관이지만 지난번에 들리지 못해서 아쉬웠던 지라 이번에는 꼭 이곳에 들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망설임 없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젠켄베르크는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의사이자 생물학자로 의사로서나 학자로서나 흠잡을 데 없는 커리어를 자랑하던 걸출한 인재였다. 죽기 전 그는 그가 모은 동식물 표본을 모두 프랑크푸르트 시에 기증했고, 이게 바로 프랑크푸르트 시의 또 다른 상징이자 자랑거리인 자연사 박물관의 시초이다. 파리와 뉴욕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지만 규모나 소장품의 질 면에선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 역시 뒤지지 않는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연사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1001-08] 미술관에서의 재회 한 3일 가량을 숲 속 깊은 곳에 있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면서 숲이 으스스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론 바다든 호수든 숲이든 자연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연을 구경하고 즐기는 대상으로써 좋아하는 것에 한정된 것이지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유야 어쨌건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콘크리트의 아이들 중 하나이고 지금은 세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리에 살고 있다. 아무리 내가 파리 생활이 힘들고 모국어를 벗어나 학업을 하는 것에 피로를 느낀다 하여도 어쨌든 나는 도시의 자식이다. 아마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정말로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지 않는 한 내가 시골 생활을 할 일은 없음을 3일 동안 베르트하임에 있으면서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본래 고층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Frankfurter Karneval! 생기넘치는 사육제의 현장으로 원래 프랑크푸르트에 온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슈태델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뒤러를 포함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부터 플랑드르 미술, 독일 표현주의 미술 등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비단 프랑크푸르트나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과 기차 출발 시간까지의 간격이 있는지라 마지막말에 슈태델 박물관을 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트램에서 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떠나는 날인 일요일에 프랑크푸르트의 사순절 카니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역의 사물함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카니발을 잠깐 구경한 후에 미술관에 들리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안이하고 헛된 꿈이었다. 한국에서 ‘사육제(카니발)’라고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즐거움은 기대치 않은 곳에서 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아주 운이 좋았다. 물론 어느 여행이 즐겁지 아니 하겠느냐만 이번 여행의 경우는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계속 이렇게 운이 좋다면 평생을 여행만 다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슈투트가르트와 쾰른을 여행할 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창 정신없고 할 일도 많을 때 훌쩍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런 과감한 결정이 절대로 후회되지 않을 정도의 만남들이 참 많았다. 사실 기본적으로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가 관광을 하러 가는 도시가 아니고, 그렇기에 별거 없다는 이야기만을 들은지라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뭐, 파리에 올 때도 뭔가를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닌데다가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Goethestadt! 천재를 낳는 공기에는 자유와 부유함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나는 ‘괴테’와 ‘풍경’을 꼽을 것이다. 물론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프랑크푸르트의 상징은 당연히 유럽중앙은행 같은 고층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구시가지 뢰머이고,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과 ‘괴테’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들이 바로 고층건물과 구 시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역사를 잉태한 근원지이자 증언자이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괴테의 동상을 보는 순간 '아, 이곳은 괴테가 태어난 곳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괴테가 태어나고 성장한 부유한 상업도시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의 금융 심장인 프랑크푸르트가 같은 곳임을 실감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과 '괴테 광장'이 같이..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Ich bin in Wunderland!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다 프랑크푸르트의 첫인상을 말하라고 한다면, 난 단 한마디로 요약할 것이다. 바로 ‘전차 원더랜드(Wonderland)’. 아, 프랑크푸르트는 영국이 아니라 독일이니까 독일어로 표기하면은 분더란트(Wunderland)라고 해야 하려나. 여하튼 프랑크푸르트는 그랬다. 전차가 다니는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 파리나 슈투트가르트, 스트라스부르처럼 고층 빌딩이 거의 없는 도시만 보아온 나에게 있어서 프랑크푸르트의 풍경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지난 크리스마스를 보낸 쾰른도 고층 건물이 있는 도시이지만, 워낙에 대성당이 지닌 위엄과 힘이 대단한데다 라인 강이라는 거대한 자연물의 아우라와 도시 곳곳에 고풍스러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는 지라 고층건물들은 도시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