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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름슈타트/20151217-20160103] 존경하던 사람을 좇아 찾아간 곳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룻밤 머물고 난 다음날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다름슈타트로 향했다. 전부터 줄곧 가고 싶었지만 번번이 놓치다 드디어 기회를 잡아 다름슈타트로 갔다. 역사, 특히 서양사를 전공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다름슈타트는 꽤나 익숙한 이름이다. 한때 헤센 공국의 중심지 역할을 한 도시였으며 동시에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비 알렉산드라가 바로 이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름슈타트 전역을 장식하고 있는 유겐트슈틸 양식의 장식 미술들과 건축들도 유명하지만 그런 미술사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다 다름슈타트를 지배하던 헤센 공가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향하기 위해 기차에 올랐다. 다름슈타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멀.. 더보기
[엑상프로방스/20150701-03] 무엇이 행복이란 감각을 만드는가 파리는 프랑스이고, 프랑스는 곧 파리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서 굳이 한 번 더 쓰기도 지겨운 문구이다. 서프랑크 왕국과 카페 왕조 성립 이후, 유럽에서 줄곧 하나의 국가를 유지해온 유일무이한 중앙집권국가인 만큼 그 수도인 파리가 가지는 위상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가장 프랑스인들이 꼽는 프랑스적인 지역은 파리가 아니라 프로방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흔히들 생각하는 '낭만적이고 예쁜 풍경'이라는 편견만 가지고 보자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파리는 어디까지나 거대한 도시 파리이지만,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햇빛이 빛나는 보석 같은 장소이다. 한 마디라, 파리는 그냥 파리일 뿐이지만 프로방스는 프랑스의 보석이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을 가장 프랑스적인 지역이라.. 더보기
[스트라스부르/20150124] Strasbourg, ma petite Alsace! 작은 알자스,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오다 스트라스부르에 가게 된 계기는 나의 알자스 친구 쥐스틴(Justine) 때문이었다. 10월에 잠깐 독일인 친구 티모와 함께 파리에 들려 우리 집에서 머물던 쥐스틴은 나와 한국에서부터 알던 사이이다. 내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둘 다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고, 그 때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내고 있다. 파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지만 원래 쥐스틴은 알자스 출신이다. 알자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스스로를 알자스 인이라고 칭하는 진짜 알자스 소녀이다. 스위스인에게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있다면, 무턱대로 프랑스로 날아온 나에게는 파리와 프랑스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알자스 소녀 쥐스틴이 있다. 그리고 지금 쥐스틴은 파리에서 인턴을 끝내고 다시 알자스의 집으로 돌아간 상..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Mein erste Weinachten in Europa, 유럽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별 것 없었다. 그냥 ‘연휴니까’ 부랴부랴 티켓을 예매하고 떠난 것이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그냥 공휴일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유럽은 지금은 종교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가장 기본적인 전통 명절이 크리스마스이니 가장 큰 연휴가 이 시기일 수밖에 없다.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파리는 유럽에선 상당히 큰 도시이고, 많은 상점이 있고, 휴일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도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연휴에 파리에 있기가 싫었다. 연휴 때에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유리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잠깐 한 사이 내 손에는 쾰른으로 가는 왕복 열차표가 들어와 있었다. 2014년 12월은 내게 참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달이다. 생에 .. 더보기
voyage le week-end! 시간표를 기가 막히게 짜서 그런지 목요일 오전까지만 수업이 있고, 목요일 오후부터는 한가하다. 그런 이유로, 슬럼프가 올 기미가 강하게 보이는 요즈음에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바로 슬럼프가 오기 전에 미리 기분전환을 하고 오기로 한 것! 어느 날 집 문제와 각종 행정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최근 너무 따라가기가 힘든 수업이 하나 있어서 길에서 울고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냥 마음가는대로 울어버렸으면 차라리 괜찮았을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울 때 울고, 웃을 때 웃는 성격은 되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에 담아두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작은 문제를 곪게 만들어서 나중에 고생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문제만 크게 만들어 좋을 것이 뭐가 있으랴. 그렇게 우울해.. 더보기
La folie (2) 그렇게 해서 나는 두 친구들을 우리 집에 재우면서 동시에 파리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원래 방 주인에게 이를 귀뜸해주고 싶어도 잠시 참아주시길 바란다. 사람이 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매정하게 구는 거 아니다. 사실 파리에 왔어도 제대로 관광지를 다닌 적은 없었고 또 사람 많은 곳을 귀찮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럴 마음도 썩 들진 않았었는데, 티모는 파리가 처음인지라 결국 고전적인 관광을 하게 되었다. 유럽 애들이 확실히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럽의 대도시들을 다 가본 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착한 아침, 티모가 나에게 어디 괜찮은 곳 없냐고 하기에 “글쎄...나도 여기 온 지 2주 밖에 안 돼서 모르겠다”고 하자 “이봐 난 파리에 도착한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