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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

문득, 진학을 앞두고

 

 

 

 

 

사실 내가 후배들에게 할 말은 딱히 없다. 정말 해 줄 말이 없어서 라기 보다는, 그냥 후배들에게 "하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들을 지금의 내가 혼자서 다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후배들에게 뭐라고 할 자격과 껀덕지가 있긴 한 것일까. 그렇다. 아이러니 하게도, 후배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과 내가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것들은 죄다 합친 형상이 지금의 내 꼬라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학문의 세계가 참 매혹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원래 호기심이 인간의 본능인 만큼, 그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지적인 탐사 행위는 불가사의 하면서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학문의 세계가 인간을 이끄는 이유는 인간이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있기에 인간의 사회가 한층 더 진보할 수 있는 정신 및 물질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나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지금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그 어떤 종류의 호기심이라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곳인가? 이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대학원이라는 세계에 들어왔을 때, 당신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당신이 제기하는 문제들이 그만한 존중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의 연구 방향과 학문적 여정의 질적 요인을 결정짓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학원에 간다고 해서 자유롭게 당신의 지적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애석하게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그렇게 연구의 자유나 생각의 자유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학원의 존재 이유는 학문과 연구이지만, 그 이외의 부가적인 사항이 본래의 목적을 능가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곧잘 벌어지곤 하는 곳이 이곳의 대학원이다. 게다가 대학원이나 학계라고 하는 것이 상당히<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유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유가 허용된 존재들은 극히 예외적인 존재들이고, 일종의 정신적 가족 혹은 학문적 가족이라는 굴레 하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분야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돈을 벌기는 커녕 돈을 써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일단 조금이라도 환상이나 기대를 가진 경우, 혹은 약간의 불확실한 심정이라도 존재한다면 당장 그만 둘 것을 추천한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현실은 현실이다. 공부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고, 또 돈과 시간을 퍼붓는다고 해도 그만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공부 이외의 요소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당장 현실이 녹록치 않고 완전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일단은 그만 두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대학원은 언제든지 다시 들어올 수 있고, 또 마음만 내키면 다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허나 아무것도 없이 그저 대학원에 들어와서 낭비하는 시간은 아무도 돌려주지 않는다. 아, 그래도 혹시라도 대학원이라는 불가해의 세계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위해 남기자면....우선은 건강이 최고고, 그 다음은 개인적으로 몰두하는 취미덕질거리가 있는 것이 좋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 퍽퍽한 와중에 좋아하는 것이 하나라도 없다면 정말로 힘든다. 음주나 도박류의 종류 말고, 영화든지, 운동이든지, 혹은 만화나 애니든지 하여튼 몰두하는 취미와 오락, 덕질거리는 필요하다. 오로지 건강과 기호만이 당신을 지탱해줄 것이다.

 

   더불어 말하자면, 무엇을 상상하던지 당신의 상상 그 이상과 이하의 양극단을 마주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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