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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世 : 느끼다

[쾰른/141219-141229] ein schone Heiligabend in der Dom, 쾰른 대성당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







 쾰른에 꽤 길게 체류한 목적 중에 하나는 바로 대성당이었다. 물론 단순히 대성당을 ‘보기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하고많은 도시들 중에 굳이 쾰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 대성당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카톨릭 교도냐 하면 그건 아니고, 개신교도는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 종교도 없고 신도 특별히 믿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 대성당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학업의 스트레스와 일상의 힘겨움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해버린 파리를 벗어나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쾰른은 내가 갈 수 있는 도시들 중 가장 가깝고, 물가가 저렴하고, 볼 것이 많고, 친구들이 있는 도시였다. 헌데 막상 쾰른에 와서 대성당의 모습을 보는 순간, 왠지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이곳에서 예배를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사람들 무리에 껴서 촛불을 들고,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린 것이다.







 예배를 보았다고 해서 딱히 내가 카톨릭으로 개종을 한 것은 아니고, 신을 믿게 된 것도 아니다. 단지 다른 문명권에서 온 이방인의 입장에서 이국의 축제 전야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을 뿐이다. 나의 짧은 독일어 실력으로 설교를 전부 다 알아듣는 것은 무리였지만, 대주교께서 ‘예수의 탄생일을 맞아 예수가 세상에 온 이유는 평화롭고 고통 받는 자가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날 종교,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등 각종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사람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종교가 해야 할 일은 세계 평화와 빈곤과 차별 철폐를 위해 힘쓰는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마지막 설교를 마무리 한 것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마르크스가 말하길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했다. 맞는 말 같다. 십자군 전쟁부터 시작해서 IS의 만행까지,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야만이 자행되고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가. 또 그러한 상황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만이 아니라, 종교라는 마취제를 맞고 야만의 주체가 된 사람들 역시 고통 받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편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편이라는 식물은 통증이 심한 중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제이기도 하니까. 종교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물질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예수를 화형 시키는데 앞장서는 사람이 되고 있는 서울 하늘의 십자가 무덤들이 생각나더라.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편으로 비유되는 스스로의 작용을 충실하게 하기 위함이 첫 번째이고, 그리고 그 임무를 순조롭게 이행함으로써 지구상에 자리 잡은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줌이 두 번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