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耽世 : 느끼다

[뒤셀도르프/141219-141229] Düsseldorf, 비어있는 뒤셀도르프에서의 반나절












 사실 뒤셀도르프에 대해서 쓸 얘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냥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향하기는 했지만, 아헨을 갔을 때와는 달리 휴일인지라 모든 상점과 시가지가 굳게 닫혀있었고 날씨도 우중충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산 우산이 망가진 곳도 뒤셀도르프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억을 하는 이유는, 일단 뒤셀도르프의 라인 강과 구시가지도 나름 멋졌던 데다가 시인 하이네의 도시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삭막해 보이는 도시 뒤셀도르프는 독일 내에서 가장 아시아인의 비중이 높은 도시이다. 일본인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많고, 또 파독 광부나 간호사로 온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눌러앉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치면 아마 울산이랑 다소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라인 강변과 루르 지방의 중심 공업도시이면서 동시에 노동운동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도시라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독일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번성한 지방이면서 동시에 가장 진보적인 교육이념을 가진 주로도 유명한데, 특히 학교에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저항권’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명시한 최초의 주이다. 소수의 엘리트에만 집중된 보수적인 교육 체계에 저항하여 ‘게잠트슐레(Gesamtschule)’라는 자유로운 통합 교육과정을 지닌 학교를 도입한 곳이기도 하고.












 우중충하고 모든 것들이 다 닫혀있었지만 옛 느낌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구시가지의 돌길과 교회, 날씨가 맑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을 놀이동산이 라인 강을 끼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니 비어있는 공간 속을 채워나갈 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회색으로 가득 찬 무거운 공기가 도시 전체를 덮고 있었지만 뒤셀도르프의 라인 강 역시 충분히 아름다웠다. 나중에 꼭 햇빛이 맑은 날에 다시 이곳에 와서 하이네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