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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世 : 느끼다

[쾰른/141219-141229] Rheinische Stadt, 라인 강을 뒤로하고







 쾰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을 고르라고 하면 역시 대성당과 라인 강이다. 라인 강을 경계로 동쪽은 대성당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들이 남아 있는 구시가지라면, 서쪽은 전망대와 각종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게 서있는 신시가지이다. 주변에 숲과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와는 달리 쾰른은 라인 강변의 널찍한 평지위에 자리 잡은 도시이다. 도시 바깥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여름엔 포도가 무성하게 열리는 화이트 와인 산지들이 보이고, 이 땅들은 라인 강이라는 젖줄과 석탄이라는 자원을 통해 오랫동안 독일이란 나라를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쾰른이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전후 독일 재건과 경제의 중심지이자 최고의 인구 밀집지역이다. 독일의 제 4의 도시인 쾰른을 필두로 하여 뒤셀도르프, 부퍼탈 등의 공업지대와 본, 뒤스부르크, 에센, 도르트문트 등의 대형 3차 산업 도시들이 몰려있다.








 쾰른 관광의 핵심은 역시 구시가지이다. 전쟁 중에 많이 파괴되고 아직도 그 상흔이 대성당의 표면에 그대로 남아있지만, 거대한 소비 도시의 상점가 속에 중세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 구시가 밖을 벗어나 라인 강을 건너 신시가지 편에서 구시가지의 풍경을 보는 것 역시 절대 놓칠 수 없는 묘미이다. 하천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파리의 센느 강과는 달리 라인 강은 거대하다. 오래 전부터 내륙 수로의 척추 역할을 해오고, 현대에 와서는 유람선과 화물선으로 각종 자원들을 실어 나르며 독일이라는 나라를 지탱해온 강이니 그리 작을 리가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대성당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면서 강바람을 맞다보면 그 크기를 피부로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중세풍의 교회들도 결고 고리타분하거나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빛을 반사하면서 빛나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위풍당당한지라 현대식 건물들 옆에 있어도 손색이 없다. 쾰른이 독일의 대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개방적이고 세련된 곳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기나긴 라인 강변에 현대식 건물들과 고풍스러운 쾰른 대성당이 파노라마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낮에는 잿빛을 띠고 있어 살짝 그로테스크해보이기까지 했던 쾰른 대성당이, 밤이 되니까 오히려 선명한 색과 은빛을 내면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갔던 시기가 겨울인지라 날씨도 쌀쌀하고 바람도 날카로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에 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쾰른의 풍경은 너무나도 멋졌고, 꼭 다시 가서 여름의 쾰른을 보는 것이 이번 년도의 소소한 목표이다. 라인 강을 뒤로 하고 파리로 향하는 와중에도, 라인강의 파노라마가 주던 다양한 풍광과 스펙트럼은 잊혀지지 않았다. 여행이란 일상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또 일상이 있기에 추억을 안고 다시 여행지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