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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世 : 느끼다

[스트라스부르/20150124] Strasbourg, ma petite Alsace! 작은 알자스,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오다

 

 

 

 

 스트라스부르에 가게 된 계기는 나의 알자스 친구 쥐스틴(Justine) 때문이었다. 10월에 잠깐 독일인 친구 티모와 함께 파리에 들려 우리 집에서 머물던 쥐스틴은 나와 한국에서부터 알던 사이이다. 내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둘 다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고, 그 때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내고 있다. 파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지만 원래 쥐스틴은 알자스 출신이다. 알자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스스로를 알자스 인이라고 칭하는 진짜 알자스 소녀이다. 스위스인에게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있다면, 무턱대로 프랑스로 날아온 나에게는 파리와 프랑스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알자스 소녀 쥐스틴이 있다. 그리고 지금 쥐스틴은 파리에서 인턴을 끝내고 다시 알자스의 집으로 돌아간 상태이다.

 

 최근 들어 학교생활도 영 안 풀리고 학업도 꼬이고 있어서 시무룩하던 차에, 갑자기 스트라스부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쥐스틴에게 연락을 했다.

 

“나, 왠지 스트라스부르 가고 싶어. 아니, 갈 거야. 기차표 샀어.”

 

 뜬금없는 연락에 어이가 없을 법도 하지만 쥐스틴은 바로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스트라스부르는 상당히 유서 깊은 도시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대이자 완충지대인 알자스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심장이다. 한 마디로 알자스의 수도는 스트라스부르인 셈이다. 레일을 따라 도시 전역을 돌아다니는 트램을 보면 고즈넉한 독일의 도시를 보는 것 같지만, 거리 곳곳에 배여 있는 특유의 우아함과 섬세함은 지극히 프랑스적이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어디서도 보기 힘든 길고 좁은 양식의 독특한 전통 건물은 알자스에만 존재한다. 혹자는 알자스와 스트라스부르를 프랑스와 독일의 중간이거나 혼합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 보다는 ‘독일과 프랑스라는 두 개의 모체를 바탕으로 태어난’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싶다. 스트라스부르의 거리 간판에 프랑스어와 함께 병기된 알자스 방언은 프랑스어보다는 독일어에 훨씬 더 가깝고, 또 스트라스부르의 전통 건축양식은 독일의 시골마을을 연상시키지만,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동상과 특유의 섬세한 장식들은 여지없이 프랑스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한 장소, 한 시간에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화를 이루어냄은 분명 프랑스도 독일도 그 어느 한쪽도 아닌 ‘알자스’만의 것이다.

 

 

 

 

 

 

 

 

 

 

 스트라스부르의 랜드마크는 역시 그 유명한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주인공인 아드소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기하면서 ‘내가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보았던 거대한 대성당’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성당이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이다. 아드소는 독일의 라인 강 중부 출신이기 때문에 스트라스부르를 슈트라스부르크로 발음한 것이고. 장밋빛의 붉은 색채가 인상적인 대성당은 12세기 중반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고딕 양식의 카톨릭 성당이다. 하지만 첨탑이 완성된 것은 15세기이고,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은 19세기 무렵이다. 한 마디로 이 성당은 중세부터 근대까지의 모든 건축양식과 예술 조각들이 축적된 살아있는 미술사의 화석이다. 이미 쾰른의 대성당을 본지라 웅장하고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장밋빛의 색깔과 섬세한 조각들, 그리고 시각마다 변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채 스펙트럼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현대인인 나의 눈에도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데 그 옛날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신비로워 보였을까. 아마 성당이 지닌 아름다움 자체가 곧 천국의 화신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19세기 초반에 완성된 천문시계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극한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주는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이 성당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쾰른의 대성당과 비교했을 때 작다는 것뿐이지, 카메라의 렌즈 안에 한 번에 담는 것이 어려운 커다란 성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고딕성당과는 달리 ‘웅장함’보다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더 돋보이는 것이 이 성당만이 지닌 아우라 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스부르는 물의 도시이다. 파리의 센느 강은 서울 사람인 내 시선에서는 작은 하천일 뿐이고, 라인 강은 아주 거대한 강이지만, 스트라스부르를 감싸고 도시 전체를 혈관처럼 흘러 다니는 물길은 운하이다. 도시 곳곳에는 다리와 물의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어쩌면 스트라스부르에 파리와 같은 전철이 없는 것은 사방에 물이 있는 운하의 도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운하들은 작고 아담하지만 알자스 특유의 느낌을 내는 전통 양식의 건물들과 아주 잘 어울린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음습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운하와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을 때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스부르는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였다.

 

 타국에서 나의 모국어와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외국어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매일이 벅차고, 때로는 다 집어 던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이 도시에 앉아서 다음 할 일을 향해 가는 것을 보면 이 나라와 도시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쉽지만은 않은 생활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때때로 떠나는 여행과 유쾌한 친구들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도시를 보면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공부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날씨가 풀리면 다시 스트라스부르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