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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利 : 생각하다

문명과 삶으로써의 도시 (3)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 & 도시로 보는 유럽 통합사 (完)

 

 이 글을 쓴 필자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다수의 분들도 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대다수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사실 이 두 책들이 그렇게 완벽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에 대해서 논하자면, 지나치게 낙관주의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되는 면이 있다. 신장, 티베트 등지의 소수 민족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고, 운남, 귀주 등지의 소수민족들 사이에서 도는 반감 역시 상당히 큰 편이다. 게다가 도시 선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중국의 성은 성 하나가 국가 규모인 만큼 성의 수도인 성회(省會)들은 다 다루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상당수의 영향력 있는 화교들을 배출하고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푸젠성이나, 여러 황제들을 배출하고 중국문명을 이끌어 갔던 산시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도 아쉬움을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상해나 북경과 같은 인지도 있는 대도시로만은 대표되지 않는 중국문명의 지리 및 물질에 대한 기초적 구조 이해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또, 한두 가지 도시로만 알 수 없는 중국의 다원화된 면모들을 여러 도시들의 특색을 통해 이해함으로써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문명으로써의 독특함을 복합적인 시각에서 조명하였으며, 나아가 고전을 통해 한국인들이 중국을 볼 때 비하하며 간과하는 요소들을 정확하게 지적하였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역시 마찬가지이다. ‘통합유럽사’ 이지만, 새로 유럽에 가입한 동유럽에 대한 언급이 미비한 점이 아쉽다. 철의 장막으로 오랫동안 다른 진영이었던 두 세계가 만나면서, 동유럽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차후 유럽의 통합과 발전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로마 외에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상징하고 유럽에 변화를 일으킨 도시들이 많고, 또 근대를 여는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이베리아 반도의 도시들도 있는데 이를 모두 제외한 것 역시 불만족스럽다. 게다가 네트워크로 인한 유럽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 해도, 알프스 산맥, 지중해, 북해 등 오랫동안 유럽을 지탱해온 지리적 구조의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을 차치하고, 유럽도시들 간의 ‘연결망’과 현재의 유럽 통합 추이가 지닌 관련성을 통찰한 점은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 통합과 현안들을 깊은 현대사의 이해를 통해 설명한 부분 역시 굉장히 뛰어나다고 본다. 그리고 각 도시들이 지니는 독특한 구조들을 각 국가의 역사와 연결 지어서 알기 쉽게 풀어나간 점 역시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환상으로만 가지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를 깨고, 그 대신 지금의 유럽이 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유럽인들과 유럽의 도시들이 험준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이야기한다는 점 역시 마음을 움직인다.

 아까 말했듯이,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70억 명 중 상당수가 도시에 존재한다. 도시는 문명의 발명품이기 이전에 구체적인 삶의 공간인 것이다. 두 책이 서로 다른 공간을 다루고 있어도, 결국 이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공간으로써의 도시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느냐’가 아닐까 싶다. 유럽이든, 중국이든, 도시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임과 동시에 여러 구성원들의 삶으로 만들어지는 유기체적 존재이고, 이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여러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또한 이 책들에서 보이는 도시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한국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국의 도시들이 거치는 시간들을 고찰할 수 있다. 지금 유럽과 중국의 도시들이 안고 있는 인구 과밀, 수도권 집중, 난개발 후유증, 환경문제 등과 같은 사안들은 한국 역시 안고 있는 문제들이기에 더더욱 책이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이상적인 환상으로써 존재하는 유럽 도시들의 허와 실을 봄으로써 앞으로의 한국이 나아갈 점을 모색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공존하는 중국의 도시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한국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엿보고 이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인간이 삶을 사는 궁극적인 이유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믿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고찰 역시 이를 위한 필요조건이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 으로써, 도시에 살아야하는 운명을 지닌 인간으로써,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이며,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만들기 위한 성찰이다. 성찰이 부재한 무조건적인 개발과 발전은 그저 자본의 탐욕만 채워줄 뿐 인간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진 못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 대상에 대해 심도 깊게 탐구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