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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利 : 생각하다

에볼라 바이러스, 괴물의 습격, 혹은 자연의 역습

 

 요즈음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전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외교부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주 발병지인 서 아프리카의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에 여행 특별경보를 내린 상태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의 주 확산 무대가 되고 있는 서 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한다. 이를 위해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 아프리카 해안에는 각각 상아해안, 황금해안, 노예해안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이는 서구열강의 착취와 약탈, 노예무역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들이다. 즉, 노예를 주로 차출해간 곳에는 노예 해안이란 이름이, 상아를 차출해간 곳에는 상아해안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드록신’이라 불리는 유명한 축구 선수 디디에 드록바의 고향인 ‘코트디부아르’는 ‘상아 해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 양대 서구열강이던 영국과 프랑스가 가장 치열하게 식민지 쟁탈전을 벌인 곳이 아프리카이다. 이는 아프리카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열대림자원 때문이었고, 또 근대화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서구의 두 강대국이 가장 강하게 자존심 싸움을 벌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종단 정책’과 프랑스의 ‘횡단정책’으로 대표되는 각축전은 1898년의 ‘파쇼다 사건’으로 표면화된다. 후에 영국의 외무상 키치너의 중재로 인해 파쇼다 사건이 정리되면서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지만, 노예 해안을 끼고 있는 서 아프리카는 기니를 제외하곤 모두 영국의 식민지로 귀속된다. 노예 해안은 지금의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에 해당한다. 바로 지금의 에볼라 바이러스 주 발병지인 국가들이다.

 얼핏 보기엔 다 똑같이 ‘아프리카’로 보여도 그 내부 구성은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선 인종구성도 상당히 복잡한데, 평균 신장 150cm가 안 되는 피그미 부족부터 평균 신장 180cm를 훌쩍 뛰어넘는 반투계의 부족까지 굉장히 다양한 인종적 구성을 보이고 있다. 언어 역시 부족별로 수 천 수 만 가지가 넘고, 종교도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토착 종교 등 가지각색이다. 이와 같은 복잡한 인종적·문화적·종교적 구성은 서구 열강들이 부족 간의 갈등을 이용해 노예무역 등의 착취를 용이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였고, 나아가 독립 시 서구 열강들이 부족 간의 경계를 무시하고 국경을 획정함으로써 종족분쟁과 내전의 불씨를 확장시키는 요인으로 자리하게 된다.

 시에라리온 내전이 대표 사례인데, 거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부족 간의 갈등을 이용하고, 더불어 반군들이 다이아몬드 광산의 이권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무기를 사들이기 위해 다시 부족 간의 갈등을 확장시켰다. ‘피의 다이아몬드’란 말이 바로 이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유래된 것이다.

 라이베리아의 경우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이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에 의해 건국된 나라이다. 미국 노예 해방 협회의 의견에 따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그들의 선조의 고향인 노예 해안에 정착하도록 하여 미국의 원조 하에 건국되었다.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국가로 1847년에 정식 국가로써 출범하였고, 국명은 자유를 뜻하는 영어단어 ‘Liberty’에서 따왔다.

 자, 이제 긴 서론을 멀리하고 에볼라 바이러스로 화제를 돌리도록 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867년 콩고 에볼라 강 유역의 열대우림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이다. 본래는 과일 박쥐를 매개로 해서, 침팬지, 고릴라 등의 유인원에게 옮겨지는 바이러스였었는데, 치사율이 높아 숙주가 금방 죽는데다가 아프리카 곳곳엔 열대 우림, 사막, 늪지대 등의 자연적 장애물이 있었기에 그렇게 쉽게 전염되는 병은 아니었다. 그러나 1976년, 에볼라 강과 한참 멀리 떨어진 수단에서 발병자가 생기고, 이어서 1995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과거의 자이레)에서만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 에볼라 강 유역의 짐승에게만 전염되던 괴질이 국경을 넘어 인간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바이러스가 에볼라 강을 나와 사람에게 점염되고,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것일까? 답은 바로 아프리카 내전과 환경오염에 있다. 과도한 개발과 화전 농업으로 인해 벌목을 하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면서 유인원들에게만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제한된 우림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림을 벗어난 순간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숙주로 삼게 되면서 인수공통 질환으로 변한 것이다. 게다가 기나긴 내전을 통해 우림 파괴가 가속화되고,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자 난민의 이동경로를 따라 바이러스 역시 이동하면서 점점 확산해 간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부른 삼림파괴와 내전,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서 자연을 뚫고 나와 인간을 습격하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 에볼라는 한편으론 아프리카의 독재자들과 반군들이 공포를 이용해서 문맹의 주민들을 결집할 수 있도록 하는 원심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아프리카의 재앙이란 인간과 자본의 욕망이 극에 달한 제국주의라는 괴물이 만든 상흔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에볼라 바이러스도 이 괴물의 단면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환경파괴도, 내전도 없었다면 그저 어느 강 유역의 짐승들 사이에서만 퍼지는 질병으로 남았을 터이니.

 일찍이 영국의 사상가이자 경제사회학자인 존 홉슨은 영국의 제국주의와 아프리카 침탈이 후에 영국이라는 국가의 내부 저력 저하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돌변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지금 에볼라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틀리진 않은 것 같다. 현재의 한국 역시 서양 근대가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고, 또 아프리카와 같은 제 3세계 못지않게 제국주의의 침탈을 받은 경험도, 제국주의에 힘입어 다른 약소국을 침탈한 경험도 있으니 에볼라를 통해 이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제국주의 이전의 아프리카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자생력을 가진 대륙이었다. 밀림이나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던 부족들은, 부족한 자원만 가지고도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석유가 없어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풍부한 자원이 도리어 재앙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재앙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는, 어쩌면 자연이 인류사회 전체에게 던지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이 와중에 신앙만으로 내전과 자연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오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