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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며

 

 

 

 

 

 

 어렸을 때 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가긴 했어도, 그 공간이 주는 느낌과 공간 속에 있는 전시물들이 담고있는 내용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커서도 변함없이 좋아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 있던 시절부터 참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그 때의 국립중앙박물관 보다는 지금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더 좋다. 물론 나는 경복궁도 좋아하지만, 박물관에는 조선시대의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닌 지라 좁은 부지에서 어딘가 둥둥 뜨던 느낌을 주던 그 때의 박물관 보다는 넓은 공간과 훌륭한 채광을 지니고 전 역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금의 박물관이 더 좋다. 게다가 이 멋진 현대식 공간은 지난 과거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는 상징적 의미도 품고 있기 때문에 더 이 공간이 좋다.

 

 박물관도 상당히 오래 드나들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블로그 기자단을 꽤 오래 했었는데....아마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동안 드나든 횟수를 따지면 세 자리가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크든 작든 새로운 전시들이 있을 때 마다 기사를 쓰기 위해 갔어야 했고, 또 전시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서 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특히 전시 시작도 하기 전에 내가 제일 먼저 전시를 본다는 것이 좋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성의를 다 해서 활동을 한 것 같다. 내 시간을 일일이 쪼개서 행사에 참여하고, 기사를 쓰기 위해서 열심히 책을 읽고 조사를 했다. 그 때 내가 낼 수 있는 시간과 열의를 모두 모아서 쏟아부은 것 같다. 남들은 돈도 안되는 것들을 왜 굳이 하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난 어디까지나 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을 계속했다. 물론 마지막은 졸업반인지라 다소 소홀하게 활동을 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총량을 생각하면 그것은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최대치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박물관 블로그 기자가 아니지만 지금도 박물관 가는 것이 좋다. 심심할 때면 기분 전환 삼아서 그냥 가기도 하고, 가서 생각없이 걸으면서 전시실을 둘러본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자체가 너무 좋다. 지적이지만 여유롭고, 알차지만 압박감 없고, 오래되었지만 새로운....여러가지의 상반된 요소가 뒤섞인 공기가 좋다. 곧 출국하면 한동안 서울에 올 일이 없을테니 박물관과 함께 즐기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동안이라도 최대한 자주 가보고 싶다. 내 청춘을 바친 공간인만큼 더 애착이 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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