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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Ma belle ville (나의 아름다운 도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준다는 말이 있다. 지극히 고전적인 표현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젊은이들과 여자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시골보다는 도시의 삶이 더 매력적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시골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수많은 선택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담보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여자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것은, 이와 같은 요소들을 모두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장소는 도시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12세기에 태어났다면 콘스탄티노플이나 항저우, 혹은 차선책으로 사마르칸트에 살고 있길 바랄 테지 남프랑스나 스칸디나비아, 데칸의 시골에 태어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중세의 파리는 대학이 있고 정기적으로 시장이 서는, 비교적 큰 도시였고, 이후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국의 전통을 세움과 동시에 전 유럽에 사회주의의 물결을 퍼뜨리는 반골의 도시가 되었다. 마르크스는 사상의 자유를 찾아 파리로 왔다. 마르크스는 이곳에서 발자크를 읽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깨우쳤다고 했다. 그리고 고흐와 샤갈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의 표현과 영혼의 자유를 찾아 파리로 왔다. 지금은 제국주의의 색이 바래고 파리 역시 늙은 도시라는 평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여전히 파리는 세계의 심장이자 자유의 수도이다.

 

 사실 내가 이곳에 온 것도...그들만큼 거목은 아니지만 이유는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할 수 없었던 공부들이나 주제에 대한 탐구를, 파리에 오면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이유 없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된 계기는 ‘타인이 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 싫어서’ 이다. 얼마 전에도 기사로 한 번 읽은 기억이 나는데,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삶의 유형이 상당히 표준화 되어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형태로 생애를 보낸다고 한다. 심지어 출국 전에 만난 친한 지인(중국에서 오래 거주했음) 역시, ‘한국에서는 돈이 있든 없든 일단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설령 돈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모든 선택 사항이 획일적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아직은 파리 생활 6일차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에 오니 새삼 그 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들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실패를 하도 또 다른 선택을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삶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는 삶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갓 성년이 된 청년들이 독립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여건도 전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부양해야만 하지만 그만큼 젊은 자식들에겐 선택권이 별로 없다. 이곳은 좀 다르다. 물론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같이 사는 애들도 있지만, 일찍 독립하는 애들도 많다. 부모는 자식의 선택권을 존중해주고 각자가 각자의 인생을 산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가 원하는 선택을 하고 홀로 서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적인 독립이 필수적이니까. 하지만 요즘은 이야기가 다르다. 실업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평균 9-10%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고, 청년 실업률은 이미 20%를 넘어섰다.

 

 파리에서 와서 처음 사귄 친구 발드릭도 예외는 아니다. 발드릭은 파리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알자스에 있는 사랑스러운 쥐스틴은 다시 파리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둘 다 이곳을 사랑한다. 하지만 파리에 있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난 파리를 떠나기 싫어. 봐, 예쁘잖아. 나도 그냥 이곳에서 살고 싶어. 근데 여기선 지금....일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도 스위스에 가면 돈은 벌 수 있어. 많이. 많이....하지만 스위스에 살고싶진 않아. 지루하고 따분하고, 폐쇄적이고....잠깐만 그곳에 있다가 돈 벌어서 다시 파리로 돌아올 거야.”

 

     발드릭이 환하게 웃었다. 어쩐지 내 마음이 다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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