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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une seule asiatique.....(아시아인은 나 혼자)

 

 

 

 

 

 지난 주 화요일에는 학교 전체 입학식, 그리고 지난 주 목요일에는 학과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사실 파리에도 한국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물론 런던보다는 적겠지만) 학교에도 당연히 한국인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근데 전체 학교 입학식 때 얼핏 본 바로는 아시아인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7명이나 8명 정도 되려나? 오늘 FLE(Français langue étrangère: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 인터뷰 명단 봤는데, 석·박사 및 교환학생, 포스트닥터 연구생 등 전체학생 통틀어서 일본에서 온 학생이 3명, 그리고 중국 학생이 4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 학생이 많긴 하지만 아시아 학생보다는 유럽 학생들이 많다. 에라스무스 문두스라는 국가간 교육 교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 교환학생들이 많이 온다고 했으니까. 이탈리아 애들이 특히 많았다. 오죽하면 학장이 “이탈리아어가 이 학교의 2번째 공식언어입니다.”라는 농담까지 했을까.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진정한 반전은 학과 입학식에 있었다. 정말로 학과에 아시아인은 나 혼자 뿐 이었다. 그 때 살짝 지각해서 헐레벌떡 뛰어가 자리에 앉았는데, 하필이면 그 때가 학생들 자기 소개하는 타이밍의 끝 무렵 이었고....학장이 날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마지막 한 명도 빼놓을 순 없죠. 피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마세요.”라는 한 마디와 함께 자기소개를 시켰다. 가뜩이나 뛰어서 정신없는데 일어나서 자기소개라니.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는데 어찌 저찌 소개를 하긴 했다. 출신지 이야기 했을 때, “북한 말고 남한에서 왔어요”라고 덧붙이자 모두들 큰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때 난 정말 진지했다. 동아시아 바깥 세계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아직도 북한과 남한을 구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서 필수 항목을 이야기 했을 뿐인데....하지만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테니.

 

 헌데 솔직히 말하자면,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측면도 있다. 일단 아무리 파리에 한국인이 많다고 해도 정작 국내에 계신 선생님들 보면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은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 계시고,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인 15구가 코리아 타운 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난 한국인들을 보지 못했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등록한 세부 전공과 도서관에는 한국인이 나 혼자 뿐 이다. 단지 학과 전체에서 아시아인이 나 혼자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쯤 되면 외모부터가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튀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많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기본적인 동질성이 상당히 높은 사회에서 자란 내가, 여태까지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뭔가를 시작하는 것 역시 인생의 성장과정 중 하나이니 이것이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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