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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Rue Saint Charles, 가장 좋아했던 거리 풍경



















 드디어 이사를 했다. 지난 주말에 이사했으니까 곧 일주일이 된다. 워낙 주택난이 심한 도시인지라 거주지 구하는 것 때문에 온갖 압박과 괴로움에 시달렸지만 어쨌거나 이사를 했다. 운이 좋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파리에 온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꽤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머문 숙소와 주변에 대해 애착이 있긴 하다. 우선은 파리에 와서 최초로 거주한 숙소인데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예뻐서 꽤나 좋아했다. 숙소 옆에는 초등학교가, 뒤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낮이 되면 애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긴 했지만 소음이 아닌 활기찬 소리가 맑은 공기를 뚫고 퍼지는 것이 나쁘진 않다. 아침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꼬마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묘미도 나름 쏠쏠하고 말이다. 동네 자체는 파리에서 아주 부유하거나 상류층인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살아가는 조용한 동네이다. 거리 곳곳에서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백발의 신사 숙녀분들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지나다닌다. 여느 관광지들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정말로 파리에서 살아가는 생활인들의 활기가 느껴진다.


 이곳은 에펠탑과 꽤 가까웠다. 거리에 나가면 바로 에펠탑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걸어서도 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독일에서 온 친구 티모와 함께 에펠탑까지 걸어가기도 했었고. 사람들이 출퇴근하고 가게 문을 여닫는 모습이 드리워진 거리를 보면서 에펠탑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하지만 내가 이 동네에서 가장 좋아한 것은 역시 아침에 서는 시장과 정기적으로 서는 벼룩시장 이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갓 요리한 음식들을 파는 시장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게 된다. 실은 마트에서 장보는 것 보다 시장에서 장보는 것을 더 좋아해서 시장에서 주로 장을 봤다. 특히 농산물과 치즈는 시장에서 파는 것이 훨씬 맛있다. 지금 사는 곳은 마트는 가깝지만 시장이 없어서인지 조금 아쉽기는 하더라. 그리고 벼룩시장 구경도 상당히 재밌다. 몇 년이 되었을 지 짐작도 안 갈 만큼 때가 탄 여러 가지 물건들과, 딱 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고풍스러운 물건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과 호기심이 저절로 섞여 나온다. 역시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이 사는 모습을 가장 재미있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은 시장 같다. 오지의 시골이든, 혹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이든....불과 일주일 전에 떠난 곳이지만 문득 그 거리의 시장이 조금 그리워진다. 그래서 잠시나마 추억하는 의미에서 재미있는 벼룩 시장 사진들을 몇 개 꺼내본다. 독특한 빈티지 물건들이 눈에 띈다. 세월의 흔적을 묻히고 있지만, 동시에 그 물건이 살아온 시대의 개성을 보여준다. 아기자기하다. 단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모험의 욕구가 든다. 역시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호기심과 질문이라는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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