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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Premiere fois au Louvre, 처음 루브르에 가다

 

 

 

 

 

 

 주말에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았다.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가본 루브르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거대하고, 미로 같았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장대해서 그냥 그 자리에서 압도당해버렸다. 가장 관심 있고 흥미가 가던 부분들을 먼저 보기 위해서 우선 1층의 고대관만 쫙 둘러봤는데, 전체도 아닌 단 한 층을 대충 훑어보는 데도 4시간 이상은 걸렸다.

 

 고대관은 고전 조각들과 고대 그리스, 오리엔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중해 등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류문명의 요람부터 유럽 모체 문명의 탄생까지를 알 수 있는 곳인 것이다.

전시관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시품들은 전부 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해온 것들이다. 때문에 그리스, 이란, 이집트 등 전시품들의 원 고향인 국가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 웅장하면서도 운치 있는 중근세의 프랑스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멋있는 조각상들이 정작 고향을 떠나 만리타향으로 끌려 온 처지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고향으로 가기엔 지금의 그곳은 너무 험악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프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또 프랑스라는 나라와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적 상징성과 힘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처음 와보기는 했지만 한 순간에 매료당한 루브르는, 파리에 산다면 여러 번 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루브르라는 건물 자체가 일찍이 중앙집권화 돼서 유럽의 심장으로 우뚝 선 프랑스라는 나라의 독특한 역사를 상징하기도 하고, 그 안의 전시품들은 오리엔트에서 약탈을 자행하던 프랑스의 화려한 제국주의 시절을 보여준다.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내부에 있는 호화찬란한 매장들과, 야외의 궁전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그리고 루브르 바깥에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호시탐탐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어두운 피부의 사람들은 현재 프랑스와 파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얼굴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곳에 와서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장밋빛의 가정도 신기루보다 흐릿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루브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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