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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새해를 맞아, Bon nouvel an pour tous!

 

 

 한국은 벌써 새해겠다. 여기는 아직 저녁 10시 25분, 새해가 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연휴라서 그런지 파리는 평소보다 더 조용하고, 창밖을 내다보니 지나다니는 차의 수 역시 눈에 띄게 적다. 모두 집에서 쉬는 연말연시 연휴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2014년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 이다. 생애 처음으로 모국을 떠나 타지에서 홀로 서는 삶을 시작했고, 동시에 학문이라고 하는 목표와 커리어를 위한 새로운 장에 들어섰다. 석사과정에 입학을 한 것도, 한국을 떠나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 것도, 모두 내게는 새롭다. 이제 파리 생활 3달차에 접어들었는지라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새롭고 동시에 낯설다. 하루에 한 가지 씩만 일을 처리해도 성공적인 하루라던 모 선생님의 말처럼, 이곳의 행정과 시스템은 매우 느리지만 할 일은 여전히 많다. 곧 있으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수업준비도 해야 하고, 그 외에 각종 서류 행정 등등 할 일은 엄청나게 쌓여있다.

 

 힘들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물을 때 ‘아니요’라고 답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히 힘들다. 아무리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프랑스어는 내게 외국어이고, 파리에서의 나의 신분은 이방인이며, 이곳의 시스템은 기존에 내가 경험하던 것들과는 다르다. 쉬울 리가 없다. 그리고 초반에는 쩔쩔매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은 없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리던 10월과는 달리, 지금은 그 때 가지던 만큼의 두려움조차 없는 것 같다. 아마 두려움 대신 체념과 덤덤함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아니려나 싶다. 무언가를 모르고 처음 경험할 때는 당연히 두렵지만, 경험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익숙해지면 힘든 것은 힘들겠지만 두려움은 사라진다. 나의 파리 생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양의 서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고 하기 싫은 것은 여전하지만, 처음 이 시스템을 접했을 때만큼 패닉에 빠지지는 않다. 길 찾는 것 역시 처음에는 엄청나게 헤매면서 집을 찾는데 만도 두 시간이 더 걸렸었지만, 지금은 모르는 곳도 지도를 보고 곧잘 찾아간다. 그만큼 내가 이곳에 많이 익숙해지고, 이 도시 역시 나라는 이방인을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겠지.

 

 공항에 내렸을 때만 해도 걱정을 꽤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걱정을 하진 않는다. 물론 여전히 수업을 따라가고 준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어로, 심지어 그 나라나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조차도 어려워하는 주제를 공부하는 것이 만만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혹여나 미래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면서 노심초사하던 그 때의 나는 없다. 미래가 어떻게 되든 일단 현재의 나는 현재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바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언제 프랑스에 갈까 생각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파리에 온 지도 3달이 되어가고, 첫 학기는 절반이 지났고, 꽤 길게 머문다고 생각한 크리스마스 휴가는 어느 새 끝났고, 지금 나는 여행기와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파리의 야경을 바라보며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부디 새해의 나는 지금의 마음가짐을 흐트러짐 없이 간직하며 일상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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