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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彿國記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잠깐의 잡소리

 

 

 

 

 

 

 절박함이 인생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원 중 하나임은 부정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결국엔 가장 급한 사람이 가장 열심히 임하고, 그로인해 가장 좋은 결과를 내게 되니까. 옛 말에 목마른 놈이 우물판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관한 이야기는 아닌것이다. 하지만 절박함에 모든 것을 걸면서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두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개인의 선택이나 가치관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듯이 개인의 가치관과 인생 방향 설정의 자유가 있는 것이니까….더불어 이는 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운을 길게 떼는 이유는 내가 휴가를 앞두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럼프는 아니다. 이미 2월에 큰 슬럼프가 한번 왔고, 그 슬럼프는 프랑크푸르트와 암스테르담을 순방하면서 나름대로 잘 극복했다고 믿고 있다. 나의 태생과 모국어와 전혀 먼 문화권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슬럼프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임을 알기에 슬럼프에 크게 쇼크받거나 낙심하지는 않는다. 초인적인 신체능력과 극기의 상징인 김연아나 강수진도 슬럼프가 오는데 나같은 범인이 지구 반대편에 혼자 살면서 슬럼프가 오지 않을리가 없지 않던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애써 통제하려고 드는 것 보다는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 조절하는 법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에 있어서 역시 슬럼프는 필수요소이다. 운동이나 작업에만 슬럼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어느 분야에서나 슬럼프는 존재한다. 그러니 슬럼프라고 좌절하면서 늘어져만 있는 것 보다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아다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대처하는 원동력을 주는 것은 역시 공부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따라 유달리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한 것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 절박함. 공부라는 것이 정말 절박한 사람들을 꽤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절박함으로 인해 이룬 성과도 알고 있고. 어디까지나 자신과의 싸움인 세계에서 절박함은 아주 강한 원동력이라는 것도 안다. 내가 너 그렇게 공부하면 안 돼 류의 소리를 듣는 가장 큰 이유도 절박함의 부족이라는 것도 당연히 안다.


 근데 꼭 절박하게만 공부를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요즘 든다. 공부를 아예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해야하고, 항상 무언가를 찾고 탐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고행을 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공부라는 행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길에 도달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평생해도 끝이 없는 것을 하는데, 하면서 고통스럽고 괴롭기까지 한다면 어떻게 버틸 것인가. 삶을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이 개인의 행복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다.


 성취는 당연히 어렵다. 그리고 힘들다. 힘 들이지 않고 공부를 하고 성취를 얻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고 이득을 취하겠다는 도둑 심보와 다름없다. 그건 인정한다. 그러나 힘든것과 고통스러운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공부로 인해 힘이 들 수는 있지만, 공부 때문에 인생 자체가 괴로운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힘이 들어도 그 자체를 즐기면서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힘든것은 그러려니 받아들여도, 굳이 절박하고 괴로워야만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제 겨우 시작해서 이런 소리를 한다고 손가락질 하기도 한다. 허나 상관없다.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고 또 내 인생이 행복해지고 싶어서이다. 단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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