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耽世 : 느끼다

[본/20150622-28] 거장을 찾아 떠나 영혼을 만나다 쾰른은 라인 강 유람선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오랫동안 라인 강은 비옥한 토양을 위한 양분과 각종 인적 자원들을 실어 나르는 독일 내륙의 혈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철도를 비롯한 다른 교통망의 발달로 내륙 수운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 강은 계속 남아 관광 자원으로써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름에는 쾰른에서 코블렌츠 까지 운영하는 관광 유람선이 인기인데, 이 노선을 타고 가다보면 라인 강 기슭에 남아있는 중세 시대의 성들과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로렐라이의 언덕도 이 코스에 끼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블렌츠 까지 갈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던지라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지난 크리스마스 때 가려고 했었으나 가지 못한 도시인 본을 지난다고 .. 더보기
[쾰른/20150622-28] 도시의 척추와 심장을 가로지르다 쾰른은 교회가 많은 도시이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성 아포스텔렌 교회 외에도 11개, 총 12개의 로마네스크 양식 중세 교회가 쾰른에 존재한다. 물론 그 이전에는 더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었지만 지난한 역사의 과정과 전쟁 속에서 많은 수가 불타 없어졌고, 지금 쾰른에 남아있는 교회는 웅장한 대성당을 제외하면 모두 12개이다. 그 험난한 역사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교회가 많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그만큼 이곳이 카톨릭 신앙의 중심이자 종교의 힘이 강한 곳임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쾰른에 있는 교회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회는 아데나워와 비잔티움 황녀 테오파노의 역사가 깃든 아포스텔렌 교회이지만, 아포스텔렌 교회 말고도 또 좋아하는 교회가 있다. 바로 쾰른 중앙역 북쪽에 위치한.. 더보기
[쾰른/20150622-28] 도심 속의 카오스, 시간이 한데 모여 엉켰을 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이라 하면 지난번에는 못 이룬 ‘도보 여행’을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걸어서 쾰른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유적지들을 방문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 일단 날씨가 개자마자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노이어마크트(Neuemarkt)이다. 영어로 치면 ‘뉴 마켓(New Market)’으로 번역되는 노이어마크트는 쾰른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쉴더가세와 연결된 쾰른의 대표적인 상점가이며, 동시에 내가 지난 크리스마스 방학 때 머문 숙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랬던 지라 그 때 매일같이 노이어마크트와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는 것이 여행 중의 일과로 자리 잡았었다. 숙소에서 시내나 대성당 쪽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노이어마크트를 거쳐야만.. 더보기
[뮌스터/20150622-28] 서늘함의 형태로 만든 도시, 비, 교회, 그리고 자전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서늘한 쾰른의 첫날을 보낸 다음 날, 나는 곧장 역으로 가서 뮌스터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중세사나 건축 관련해서 가장 볼 것이 많은 곳이 독일 남부에서는 뉘른베르크고 북부는 뮌스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뮌스터는 쾰른보다 북쪽에 위치한 도시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와 니더작센 주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이다. 기차로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본래 뮌스터라는 말 자체가 주교가 지배하는 ‘주교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지명이 여러 군데 존재하는 지라 뮌스터를 표기할 때는 베스트팔렌(Westfalen) 지방의 이니셜인 ‘W’를 병기한다. 허나 그 수많은 뮌스터들 중에서 뮌스터라는 고유명사가 아예 도시의 이름으로 자리 잡은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구교 카톨릭의 .. 더보기
[쾰른/20150622-28] 재회, 회색의 고딕 도시 “쾰른은 음울한 도시였는데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독일인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도시를 엉망으로 설계할 수도 있으며, 쾰른이 특히 그렇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미국의 여행 작가 빌 브라이슨의 이라는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뭐,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라인 강 주변은 변덕스러운 날씨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특히나 겨울의 날씨는 음울하고 하늘엔 항상 우중충한 회색이 끼어있다. 여기에 거대한 대성당의 모습은 뾰족하게 치솟은 고딕 양식의 첨탑 때문인지 이 같은 날씨의 음울한 무드에 장중함을 더해준다. 프랑스와는 사뭇 다른 풍경들, 어두운 숲들이 가득 시야를 매운 차창을 구경하다보면 금방 쾰른 중앙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귀에 들려온다. 그리고 수많은 기차가.. 더보기
[프로방/20150614] 시간을 거스르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매뉴얼 파리 근교의 샹파뉴 가는 길목에 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작은 마을이 있다. 바로 프로방(Provins), 12세기의 중세 성채와 마을의 모습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는데다 중세부터 내려온 지역 특산품이 여전히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중세의 모습과 문화가 잘 보존된 마을 특성을 살려 주기적으로 계절마다 축제가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여름에 열리는 프로방 중세 축제가 가장 유명하다. 지난 3월, 트루아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만난 여학생의 추천으로 우연히 알게 된 마을이라 언젠가 한번 가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6월에 32번째 중세 축제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 프로방은 행정적으로는 일 드 프랑스.. 더보기
[토리노/20150604-20150607] 고상함과 즐거움 사이의 간격 시간은 참 빨리 간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시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뜨거운 태양이 강하게 내리 쬘 때는 '아, 도대체 이놈의 더위는 언제나 되어야 들어갈까' 싶은 생각을 하며 어서 밤이 되길 기다리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그 장소의 시간은 엄청나게 빨리 흘러가버린다. 거의 절반은 충동으로 인해 시작된 이탈리아 여행이었고, 얼른 일정을 끝내고 더위를 피해 파리로 가고 싶단 생각이 처음엔 강했지만 어느 새 3박 4일이 훌쩍 지나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괜시리 서운한 마음이 든다. 여행이란 다 그런것 같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토리노에는 박물관이 정말 많다. 피에몬테 지방의 수도라고는 해도 서울이나 파리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도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 개 가까.. 더보기
[제노바/20150604-20150607] 가장 생명력있는 푸른색 내가 제노바에 간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연구 주제를 위해 책 속의 도시를 직접 내 몸으로 체험하고 확인하는 것, 두 번째는 작년에 우리 학교에 교환 연구생으로 왔다 친해진 이탈리아인 친구 다니엘을 만나는 것이었다. 제노바 출신인 다니엘은 토리노에서 공부를 마친 후 작년에 우리 학교에 연구 교류 차 왔던 이탈리아 교환학생이다. 비잔티움과 지중해 문화교류 및 십자군을 연구하고 있는데, 지금은 논문을 쓰면서 제노바에 살고 있다. 전공의 성격 상 내 주변에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지중해 국가 출신들과 세르비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 반도 출신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학교와 이쪽과의 교류도 상당히 활발하다. 다니엘 역시 이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교에 왔었고, 그 때 여러 친.. 더보기
[토리노/20150604-20150607] 시간의 스펙트럼, 그리고 실재와 환상의 경계선 둘째 날의 토리노는 여전히 더웠다. 한국처럼 습기로 인해 푹푹 찌는 찜통 같은 느낌을 주는 더위는 아니다. 굉장히 건조하기 때문에 일단 그늘이나 실내에 들어오면 시원하다. 하지만 태양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과 햇빛에 대한 내성을 요구한다. 한국의 더위가 습기 가득한 만두 찜통이라면, 이탈리아의 더위는 철판 위에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을 직격탄으로 맞으면서 탈수기에게 습기를 빼앗기는 것 같은 더위이다. 세련미가 넘치고 정교한 건물들과 잘 정돈된 거리는 일류 세공사의 손을 거친 다이아몬드만큼이나 아름답지만, 결국 더위에 지친 나는 거리 구경을 미루고 박물관 관람을 하기로 결정했다. 토리노의 중심은 궁전 앞에 펼쳐진 카스텔로 광장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궁전과 각종 기념물.. 더보기
[토리노/20150604-20150607] 태양이 만들어내는 미적 감각에 대한 첫인상 나에게 있어서 이탈리아는 라면의 건더기 스프 같은 존재이다. 직접적으로 이탈리아를 연구하는 전공자는 아니지만, 이탈리아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연구는 진척되지 않는다. 마침 하던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던 지라 결국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일이 수틀리거나 기분이 안 좋아지면 여행을 떠나는 습관이 생겨버린지라 딱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혹자는 이것도 일종의 병이라고는 하지만, 어쨌건 여행이라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멋진 존재이다. 하물며 책에서 본 도시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결국 기차표를 결제했다. 본래 여행의 목적지는 토리노, 더불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토리노 주변 지역이나 친구가 살고 있는 제노바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