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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레앙/20150321] 로아르 지방의 성처녀, 오를레앙을 다녀오다 주말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딜레마이다.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가고 싶은 곳’보다는 ‘가깝고 교통비가 덜 드는 곳’을 우선 조건으로 설정하게 되고,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할 날짜에 날씨 역시 많이 보게 된다. 비오는 날 홀로 거리를 걷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세찬 바람이 빗방울을 튀길 때의 여행이란 유쾌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쾰른과 암스테르담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를레앙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선정이 된 주말 여행지이다. 지난 주 주말에는 비가 오는 지역이 상당히 많았고, 루앙과 오를레앙 중에 갈등하던 내 마음은 루앙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자마자 바로 오를레앙으로 기울어버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를레앙으로.. 더보기
[트루아/20150313] 중세 샹파뉴의 수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도시 명색이 파리에 살고 있는데 여행지는 항상 독일이었고,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은 스트라스부르 외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 달은 프랑스 곳곳을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된 도시가 바로 트루아(Troyes)이다. 원래부터 중세의 상인들과 상업 교역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중세 프랑스에서 이름을 날리던 상인들의 본고장인 샹파뉴에 가고 싶어 했었고, 그런 면에서 트루아는 내 호기심을 아주 적절하게 자극하는 장소였다. 물론 샹파뉴 와인과 전통요리의 본고장이자 우아한 대성당이 있는 랭스(Reims)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단 트루아가 랭스보다 더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이 되었다. 트루아는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약 한 시간 15분 정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그다지 규모.. 더보기
[생 제르맹 엉 레/20150307] 파리를 감싸고 있는 초록의 치맛자락 파리에 살고 있지만 파리 근교는 잘 안 갔었다. 물론 가기야 갔었지. 일단은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 근교에 있고, 또 보증 서주시는 분이 근교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시니까 안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즈음 저소득층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난 지역, 고로 치안이 최악이기로 유명한 샤를 드골 공항이 위치한 생드니 지역이 파리 근교(Banlieue parisienne)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던지라 근교로 나갈 엄두가 안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의 교통카드는 항상 파리와 파리 바로 옆에 위치한 지역만 돌아다닐 수 있는 단거리로 충전이 되었고, 이사를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근교로 나간 일은 거의 없었다. 살림살이 장만하러 이케아 한 번 갔다 온 것을 제외하곤. 그러던 어느..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물과 자전거의 뜨개질 사이에서 나는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만 좋지는 않다. 프랑스에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고생을 안 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긴 시간 동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떠나기 전에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덕분에 초기 정착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어디 쉽나. 모국어로도 학술적인 내용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외국어로 이를 하는 것은 몇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이번 암스테르담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모두 친구인 올리의 덕이다. 파리 생활 초기에는 발드릭이 있었고, 한참 거주 문제로 힘들었을 때는 쥐스틴과 티모가 있었고, 크리스마스의 쾰른에는 프레드와 한스가 있었고..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운하와 도시, "인간이 만든다"는 수식에 대한 단상 암스테르담 관광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운하’라고 단언하다. 운하는 암스테르담의 심장이자 혈관, 다시 말해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 그 자체이다. 물론 암스테르담이라고 하면 마약과 섹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이는 유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그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신나게 파티(라고 쓰고 방종의 극한이라고 읽는다)를 즐기러 각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방문한 시기가 한창 학기가 끝나고 유럽 전역에서 스키 방학을 떠나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역시 하룻밤 거하게 놀려고 온 10대, 20대들로 가득했다. 내가 묵던 호텔에선 내 방 양 옆으로 독일인 학생들과 영국인 학생들이 묵었었는데, 특히 영국 애들 술버릇이 아주 고약해서 밤새 신경을 곤두세..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걸리버의 도시에 가다! 파리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학제 시스템이었다. 안 그래도 한국이랑 전혀 딴판으로 다른데, 심지어 행정 절차도 복잡하고 학교마다 다 다르게 돌아가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휴가와 학기 구분도 과목마다 따로따로이다. 옆의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본인들도 모르겠다는 대답뿐. 결국 그렇게 난리 아닌 난리를 치던 와중에 나는 이미 예약해놓은 티켓이 고정되어있는 지라 여행을 강행해버렸다. 아마 이번 여행이 내가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독일 이외의 지역’으로 떠난 해외여행일 것이다. 목적지는 암스테르담! 아무래도 이번 2월은 ‘할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이라는 노래 가사를 실현하는 달 인 것 같다. 암스테르담을 선택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사실 2월말은 음력 설 연휴가 길게 .. 더보기
Trocadéro, 회색의 파리 파리 생활 6개월 차에 접어든, 그리고 이제는 거주 허가까지 완료되어 체류증 까지 지닌 어엿한 파리지엔느 이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안 가본 ‘유명한’ 장소가 있었다. 바로 트로카데로(Trocadéro) 광장! 파리 만국박람회 때 전시관으로 쓰이던 샤이요 궁 북서쪽에 있는 반원형의 광장인데, 정확한 이름은 ‘트로카데로 11월 11일 광장’이다. 트로카데로라는 이름은 1823년 나폴레옹 군이 성공적으로 함락시킨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의 요새 이름이다. 트로카데로 요새 함락으로 인해 나폴레옹은 에스파냐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827년 이 광장의 이름으로써 트로카데로를 선사한 것이다. 이후 제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 이를 기리기 위해 종전 날짜인 11월 11일을 광장 이름에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Frankfurter Karneval! 생기넘치는 사육제의 현장으로 원래 프랑크푸르트에 온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슈태델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뒤러를 포함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부터 플랑드르 미술, 독일 표현주의 미술 등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비단 프랑크푸르트나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과 기차 출발 시간까지의 간격이 있는지라 마지막말에 슈태델 박물관을 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트램에서 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떠나는 날인 일요일에 프랑크푸르트의 사순절 카니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역의 사물함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카니발을 잠깐 구경한 후에 미술관에 들리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안이하고 헛된 꿈이었다. 한국에서 ‘사육제(카니발)’라고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즐거움은 기대치 않은 곳에서 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아주 운이 좋았다. 물론 어느 여행이 즐겁지 아니 하겠느냐만 이번 여행의 경우는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계속 이렇게 운이 좋다면 평생을 여행만 다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슈투트가르트와 쾰른을 여행할 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창 정신없고 할 일도 많을 때 훌쩍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런 과감한 결정이 절대로 후회되지 않을 정도의 만남들이 참 많았다. 사실 기본적으로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가 관광을 하러 가는 도시가 아니고, 그렇기에 별거 없다는 이야기만을 들은지라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다. 뭐, 파리에 올 때도 뭔가를 기대하고 온 것은 아닌데다가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Goethestadt! 천재를 낳는 공기에는 자유와 부유함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나는 ‘괴테’와 ‘풍경’을 꼽을 것이다. 물론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프랑크푸르트의 상징은 당연히 유럽중앙은행 같은 고층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구시가지 뢰머이고,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경’과 ‘괴테’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들이 바로 고층건물과 구 시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역사를 잉태한 근원지이자 증언자이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괴테의 동상을 보는 순간 '아, 이곳은 괴테가 태어난 곳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괴테가 태어나고 성장한 부유한 상업도시 프랑크푸르트와 유럽의 금융 심장인 프랑크푸르트가 같은 곳임을 실감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과 '괴테 광장'이 같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