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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카를스루에/20150417-20150503] 국경도시에서의 짧은 상념 아무래도 학생 신분이다보니 여행에 있어서 경비를 정말 절대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이 경비에는 당연히 교통비와 숙박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기차표 역시 가장 저렴한 시간대의 저렴한 표, 주로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한 이른 아침 시간대의 표들을 많이 사게된다. 특히나 출발하는 기차의 경우는 더더욱. 카를스루에를 굳이 코스에 넣은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가장 저렴하고, 시간대가 다양하고,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첫 장기여행의 시작을 카를스루에에서 열게 되었다. 원래는 뮌헨을 중심으로 해서 바이에른 북부의 뉘른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소도시들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자 한 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는데, 뮌헨까지 가는 직행 기차표가 생각외로 없던 데다가 일정이 살짝 바.. 더보기
[몽펠리에/20150402] 태양과 바람, 그리고 예술 지난주 내내 파리와 프랑스 중부, 북부 지방은 흐린 하늘을 유지했다. 서늘한 날씨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내 앉아서 형광등 빛만 쬐다 보니 태양이 간절해졌다. 썬크림을 일일이 챙겨 바르지 않아도 돼서 귀찮음은 줄어들었지만, 그 보다도 일단 비타민 D가 부족해서 뼈가 너무 연해지는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햇빛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강행한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남프랑스, 랑그도크 루시용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몽펠리에(Montpellier)’였다. 몽펠리에는 남프랑스에선 큰 도시에 속하고, 랑그도크 루시용 주의 상업 및 행정 중심지 이지만 사실 파리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인구 20만의 소도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저 그런 프랑스의 지방 도시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지만.. 더보기
[르아브르/20150327] 가장 부드러운 색 회색, 그리고 가장 포근한 푸른색 음산하고 무겁지만 아름다운 루앙을 뒤로 하고 내가 간 곳은 르아브르(Le Havre)였다. 사실 원래는 노르망디의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작은 어촌에서 하루를 다 보내기는 뭔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 만에 두 도시를 당일치기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물론 이는 내가 루앙에서 르 아브르로 가는 기차를 놓침으로써 장렬하게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적인 ‘바다 보기’는 이루었으므로 아쉽진 않다. 단지 생각보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노르망디 바다의 야경을 충분히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거의 다 파괴되고 재건한 도시인지라 확실히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 외에는 산업도시인지라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 더보기
[루앙/20150327]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마력이 있는 도시, 노르망디의 잿빛 보석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를레앙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루앙을 다녀오게 되었다. 잔 다르크가 승리를 거두고 성녀로 추앙받게 된 전환점을 만든 곳이 오를레앙이라면, 루앙은 잔 다르크가 부르고뉴 파의 음모로 인해 감금당하다 화형당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순수하고 우아한 처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오를레앙과는 달리 루앙은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도시라는 첫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지난 금요일은 날씨도 흐릿해서 더더욱 음침하게 다가왔다.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첨탑을 자랑하는 루앙의 대성당은 우울한 우수를 주는 독일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고딕의 웅장함이 느껴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함이 감돈다. 마치 내 머리 꼭대기를 내려다보며 음산한 미소를 짓는 중세의 수사가 떠올랐다. 루앙은 오랫동안 노르망디의 수도.. 더보기
[오를레앙/20150321] 로아르 지방의 성처녀, 오를레앙을 다녀오다 주말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딜레마이다.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가고 싶은 곳’보다는 ‘가깝고 교통비가 덜 드는 곳’을 우선 조건으로 설정하게 되고,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할 날짜에 날씨 역시 많이 보게 된다. 비오는 날 홀로 거리를 걷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세찬 바람이 빗방울을 튀길 때의 여행이란 유쾌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쾰른과 암스테르담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를레앙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선정이 된 주말 여행지이다. 지난 주 주말에는 비가 오는 지역이 상당히 많았고, 루앙과 오를레앙 중에 갈등하던 내 마음은 루앙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자마자 바로 오를레앙으로 기울어버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를레앙으로.. 더보기
[트루아/20150313] 중세 샹파뉴의 수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도시 명색이 파리에 살고 있는데 여행지는 항상 독일이었고,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은 스트라스부르 외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 달은 프랑스 곳곳을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된 도시가 바로 트루아(Troyes)이다. 원래부터 중세의 상인들과 상업 교역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중세 프랑스에서 이름을 날리던 상인들의 본고장인 샹파뉴에 가고 싶어 했었고, 그런 면에서 트루아는 내 호기심을 아주 적절하게 자극하는 장소였다. 물론 샹파뉴 와인과 전통요리의 본고장이자 우아한 대성당이 있는 랭스(Reims)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단 트루아가 랭스보다 더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이 되었다. 트루아는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약 한 시간 15분 정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그다지 규모..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물과 자전거의 뜨개질 사이에서 나는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운만 좋지는 않다. 프랑스에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고생을 안 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긴 시간 동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떠나기 전에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덕분에 초기 정착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어디 쉽나. 모국어로도 학술적인 내용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외국어로 이를 하는 것은 몇 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이번 암스테르담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모두 친구인 올리의 덕이다. 파리 생활 초기에는 발드릭이 있었고, 한참 거주 문제로 힘들었을 때는 쥐스틴과 티모가 있었고, 크리스마스의 쾰른에는 프레드와 한스가 있었고..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운하와 도시, "인간이 만든다"는 수식에 대한 단상 암스테르담 관광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운하’라고 단언하다. 운하는 암스테르담의 심장이자 혈관, 다시 말해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 그 자체이다. 물론 암스테르담이라고 하면 마약과 섹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이는 유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고, 그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신나게 파티(라고 쓰고 방종의 극한이라고 읽는다)를 즐기러 각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방문한 시기가 한창 학기가 끝나고 유럽 전역에서 스키 방학을 떠나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역시 하룻밤 거하게 놀려고 온 10대, 20대들로 가득했다. 내가 묵던 호텔에선 내 방 양 옆으로 독일인 학생들과 영국인 학생들이 묵었었는데, 특히 영국 애들 술버릇이 아주 고약해서 밤새 신경을 곤두세.. 더보기
[암스테르담/20150220-20150222] 걸리버의 도시에 가다! 파리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학제 시스템이었다. 안 그래도 한국이랑 전혀 딴판으로 다른데, 심지어 행정 절차도 복잡하고 학교마다 다 다르게 돌아가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휴가와 학기 구분도 과목마다 따로따로이다. 옆의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본인들도 모르겠다는 대답뿐. 결국 그렇게 난리 아닌 난리를 치던 와중에 나는 이미 예약해놓은 티켓이 고정되어있는 지라 여행을 강행해버렸다. 아마 이번 여행이 내가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독일 이외의 지역’으로 떠난 해외여행일 것이다. 목적지는 암스테르담! 아무래도 이번 2월은 ‘할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이라는 노래 가사를 실현하는 달 인 것 같다. 암스테르담을 선택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사실 2월말은 음력 설 연휴가 길게 .. 더보기
[프랑크푸르트/20150212-20150215] Frankfurter Karneval! 생기넘치는 사육제의 현장으로 원래 프랑크푸르트에 온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슈태델 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뒤러를 포함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부터 플랑드르 미술, 독일 표현주의 미술 등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비단 프랑크푸르트나 독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과 기차 출발 시간까지의 간격이 있는지라 마지막말에 슈태델 박물관을 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트램에서 옆에 앉은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내가 떠나는 날인 일요일에 프랑크푸르트의 사순절 카니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역의 사물함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카니발을 잠깐 구경한 후에 미술관에 들리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안이하고 헛된 꿈이었다. 한국에서 ‘사육제(카니발)’라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