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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슬링엔 암 네카어/20150417-20150503] 중세 도시에서의 재회 슈투트가르트에 온 내가 신 궁전 광장과 재회의 인사를 나눈 후 그 다음으로 바로 한 일은 친구인 율리안(Julian)을 만나는 것 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던 율리안은 지금 슈투트가르트에서 일하면서 인근의 에슬링엔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나이도, 성별도, 출신지도, 모국어도 다르지만 관심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율리안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 난 후, 약 2년 정도 연락만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이!”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에 피식 웃으며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들 하고, 어느 정도는 이 말이 맞다. 허나 본디 친구란 존재는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서로의 행복을.. 더보기
[슈투트가르트/20150417-20150503] 다시 만난 도시의 품 속에서 젊은 도시, 카를스루에와의 여정을 끝내고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했다. 바덴에서 뷔르템베르크로 넘어간 것이다. 작년 겨울에 이미 한 번 갔다 온 지라 그냥 건너 뛸 법도 했지만 어쩐지 한 번 더 슈투트가르트에 가고 싶어진 지라 결국 슈투트가르트 행 기차에 올랐다. 겨울의 문턱에서 처음으로 회색의 무거운 코트를 걸친 곳,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일 때 만났던 첫인상이 각인되었던 도시, 슈투트가르트. 하지만 같은 도시라 하여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도 없이 실감했던지라 첫인상이 그 도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익히 체득하고 있었다. 그래서 슈투트가르트에 한 번 더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스스한 몰골로 몸을 기차 안에 집어넣고 약 30분간 졸다보니 어느 새 슈투.. 더보기
[바덴바덴/20150417-20150503] 검고, 푸르고, 반짝반짝 빛나던 날 바덴바덴에 가게 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마치 내가 카를스루에를 여행의 첫 관문으로 낙점한 것처럼, 그냥 지극히 사소한 계기가 있었을 뿐이다. 원래 바덴바덴이라는 지명은 책을 통해 로마 시대의 목욕탕 유적이 유명한 곳 이라고 들은 것이 전부 였다. 물론 바덴바덴을 다녀 온 주변 프랑스인 친구들이나 독일인 친구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휴양지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기도 했고. 허나 이보다 더한 동기가 있고, 또 그 동기가 없었더라면 내가 바덴바덴을 방문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작년, 처음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내가 택한 목적지는 슈투트가르트 였다. 11월 말,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던 쌀쌀한 슈투트가르트의 시청 앞에 걸터앉아서 와인을 홀짝이고 있을 때, 우연히 한 가족을 만났다. “아가씨 혹시 혼자 왔어요 ?” .. 더보기
[카를스루에/20150417-20150503] 젊은 도시와의 하루 아침에 일어나보니 공기가 다소 쌀쌀했다. 햇빛은 쨍하니 시야가 환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강하고 공기는 싸늘하다. 전 날 짧은 바지와 얇은 자켓 하나만 걸쳤다가 오들오들 떨었던 것을 떠올리며 트렌치 코트를 두르고 호텔을 나섰다. 파리를 떠날 때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민소매 원피스 하나로도 충분했는데, 독일에 오니 스타킹과 코트는 필수이다. 혹자는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이 날씨에 따라 만들어진 경계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더라. 그 때는 그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인줄 알았지만 정작 내가 몇 번 프랑스와 독일을 왔다갔다 해보니까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내가 처음 겨울코트를 입기 시작한 곳도 독일이었다. 당시 파리에서는 간단한 가죽 자켓과 적당한 두께의 코트만으로.. 더보기
[카를스루에/20150417-20150503] 국경도시에서의 짧은 상념 아무래도 학생 신분이다보니 여행에 있어서 경비를 정말 절대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이 경비에는 당연히 교통비와 숙박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기차표 역시 가장 저렴한 시간대의 저렴한 표, 주로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한 이른 아침 시간대의 표들을 많이 사게된다. 특히나 출발하는 기차의 경우는 더더욱. 카를스루에를 굳이 코스에 넣은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가장 저렴하고, 시간대가 다양하고,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첫 장기여행의 시작을 카를스루에에서 열게 되었다. 원래는 뮌헨을 중심으로 해서 바이에른 북부의 뉘른베르크,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같은 소도시들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자 한 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는데, 뮌헨까지 가는 직행 기차표가 생각외로 없던 데다가 일정이 살짝 바.. 더보기
[몽펠리에/20150402] 태양과 바람, 그리고 예술 지난주 내내 파리와 프랑스 중부, 북부 지방은 흐린 하늘을 유지했다. 서늘한 날씨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내 앉아서 형광등 빛만 쬐다 보니 태양이 간절해졌다. 썬크림을 일일이 챙겨 바르지 않아도 돼서 귀찮음은 줄어들었지만, 그 보다도 일단 비타민 D가 부족해서 뼈가 너무 연해지는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햇빛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강행한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남프랑스, 랑그도크 루시용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몽펠리에(Montpellier)’였다. 몽펠리에는 남프랑스에선 큰 도시에 속하고, 랑그도크 루시용 주의 상업 및 행정 중심지 이지만 사실 파리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인구 20만의 소도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저 그런 프랑스의 지방 도시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지만.. 더보기
[르아브르/20150327] 가장 부드러운 색 회색, 그리고 가장 포근한 푸른색 음산하고 무겁지만 아름다운 루앙을 뒤로 하고 내가 간 곳은 르아브르(Le Havre)였다. 사실 원래는 노르망디의 바다를 보고 싶었지만, 작은 어촌에서 하루를 다 보내기는 뭔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 만에 두 도시를 당일치기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물론 이는 내가 루앙에서 르 아브르로 가는 기차를 놓침으로써 장렬하게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적인 ‘바다 보기’는 이루었으므로 아쉽진 않다. 단지 생각보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노르망디 바다의 야경을 충분히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거의 다 파괴되고 재건한 도시인지라 확실히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 외에는 산업도시인지라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 더보기
[루앙/20150327]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마력이 있는 도시, 노르망디의 잿빛 보석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를레앙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루앙을 다녀오게 되었다. 잔 다르크가 승리를 거두고 성녀로 추앙받게 된 전환점을 만든 곳이 오를레앙이라면, 루앙은 잔 다르크가 부르고뉴 파의 음모로 인해 감금당하다 화형당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순수하고 우아한 처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오를레앙과는 달리 루앙은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도시라는 첫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지난 금요일은 날씨도 흐릿해서 더더욱 음침하게 다가왔다.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첨탑을 자랑하는 루앙의 대성당은 우울한 우수를 주는 독일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고딕의 웅장함이 느껴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함이 감돈다. 마치 내 머리 꼭대기를 내려다보며 음산한 미소를 짓는 중세의 수사가 떠올랐다. 루앙은 오랫동안 노르망디의 수도.. 더보기
[오를레앙/20150321] 로아르 지방의 성처녀, 오를레앙을 다녀오다 주말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딜레마이다. 당일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가고 싶은 곳’보다는 ‘가깝고 교통비가 덜 드는 곳’을 우선 조건으로 설정하게 되고,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할 날짜에 날씨 역시 많이 보게 된다. 비오는 날 홀로 거리를 걷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세찬 바람이 빗방울을 튀길 때의 여행이란 유쾌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쾰른과 암스테르담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를레앙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선정이 된 주말 여행지이다. 지난 주 주말에는 비가 오는 지역이 상당히 많았고, 루앙과 오를레앙 중에 갈등하던 내 마음은 루앙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자마자 바로 오를레앙으로 기울어버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를레앙으로.. 더보기
[트루아/20150313] 중세 샹파뉴의 수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도시 명색이 파리에 살고 있는데 여행지는 항상 독일이었고,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은 스트라스부르 외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 달은 프랑스 곳곳을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된 도시가 바로 트루아(Troyes)이다. 원래부터 중세의 상인들과 상업 교역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중세 프랑스에서 이름을 날리던 상인들의 본고장인 샹파뉴에 가고 싶어 했었고, 그런 면에서 트루아는 내 호기심을 아주 적절하게 자극하는 장소였다. 물론 샹파뉴 와인과 전통요리의 본고장이자 우아한 대성당이 있는 랭스(Reims)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단 트루아가 랭스보다 더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이 되었다. 트루아는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약 한 시간 15분 정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그다지 규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