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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트루아/20150313] 중세 샹파뉴의 수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소도시 명색이 파리에 살고 있는데 여행지는 항상 독일이었고,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은 스트라스부르 외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 달은 프랑스 곳곳을 탐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선택된 도시가 바로 트루아(Troyes)이다. 원래부터 중세의 상인들과 상업 교역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중세 프랑스에서 이름을 날리던 상인들의 본고장인 샹파뉴에 가고 싶어 했었고, 그런 면에서 트루아는 내 호기심을 아주 적절하게 자극하는 장소였다. 물론 샹파뉴 와인과 전통요리의 본고장이자 우아한 대성당이 있는 랭스(Reims)도 가보고 싶었지만, 일단 트루아가 랭스보다 더 파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이 되었다. 트루아는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약 한 시간 15분 정도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그다지 규모.. 더보기
[생 제르맹 엉 레/20150307] 파리를 감싸고 있는 초록의 치맛자락 파리에 살고 있지만 파리 근교는 잘 안 갔었다. 물론 가기야 갔었지. 일단은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 근교에 있고, 또 보증 서주시는 분이 근교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시니까 안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즈음 저소득층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난 지역, 고로 치안이 최악이기로 유명한 샤를 드골 공항이 위치한 생드니 지역이 파리 근교(Banlieue parisienne)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던지라 근교로 나갈 엄두가 안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의 교통카드는 항상 파리와 파리 바로 옆에 위치한 지역만 돌아다닐 수 있는 단거리로 충전이 되었고, 이사를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근교로 나간 일은 거의 없었다. 살림살이 장만하러 이케아 한 번 갔다 온 것을 제외하곤. 그러던 어느.. 더보기
Trocadéro, 회색의 파리 파리 생활 6개월 차에 접어든, 그리고 이제는 거주 허가까지 완료되어 체류증 까지 지닌 어엿한 파리지엔느 이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안 가본 ‘유명한’ 장소가 있었다. 바로 트로카데로(Trocadéro) 광장! 파리 만국박람회 때 전시관으로 쓰이던 샤이요 궁 북서쪽에 있는 반원형의 광장인데, 정확한 이름은 ‘트로카데로 11월 11일 광장’이다. 트로카데로라는 이름은 1823년 나폴레옹 군이 성공적으로 함락시킨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의 요새 이름이다. 트로카데로 요새 함락으로 인해 나폴레옹은 에스파냐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827년 이 광장의 이름으로써 트로카데로를 선사한 것이다. 이후 제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 이를 기리기 위해 종전 날짜인 11월 11일을 광장 이름에 .. 더보기
[스트라스부르/20150124] Strasbourg, ma petite Alsace! 작은 알자스, 스트라스부르에 다녀오다 스트라스부르에 가게 된 계기는 나의 알자스 친구 쥐스틴(Justine) 때문이었다. 10월에 잠깐 독일인 친구 티모와 함께 파리에 들려 우리 집에서 머물던 쥐스틴은 나와 한국에서부터 알던 사이이다. 내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둘 다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고, 그 때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내고 있다. 파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지만 원래 쥐스틴은 알자스 출신이다. 알자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스스로를 알자스 인이라고 칭하는 진짜 알자스 소녀이다. 스위스인에게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있다면, 무턱대로 프랑스로 날아온 나에게는 파리와 프랑스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알자스 소녀 쥐스틴이 있다. 그리고 지금 쥐스틴은 파리에서 인턴을 끝내고 다시 알자스의 집으로 돌아간 상.. 더보기
어쨌건 총보단 펜이다 요즘 유럽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극우 정당으로 인해 난리이다. 경제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극우가 득세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위험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중인지라 여러모로 심란하다. 사실 유럽의 극우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에 있을 때도 상당히 많이 들었다. 특히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창시자 장 마리 르펜의 손녀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어 의회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말이다. 허나 이것을 멀리서 간접적으로 듣거나 보는 것과 달리, 이 상황이 실제 내가 처한 생활환경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가장 먼저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휴가를 갔다 오자마자.. 더보기
Carnavalet 어떤 날은 겨울의 파리답지 않게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날씨가 맑다. 창문을 관통하여 부서져 내리는 햇살을 본 순간 우울하게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했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어느 새 난 지하철 열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곳은 바스티유(Bastille) 광장이었다. 바스티유는 파리의 중심부인 마레 지구와도 가까운데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더불어 그 유명한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곳이기도 하고, 시위를 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시위대가 모이는 광장이기도 한 지라 자유의 도시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바스티유를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바스티유 광.. 더보기
Premiere fois au Louvre, 처음 루브르에 가다 주말에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았다.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가본 루브르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거대하고, 미로 같았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장대해서 그냥 그 자리에서 압도당해버렸다. 가장 관심 있고 흥미가 가던 부분들을 먼저 보기 위해서 우선 1층의 고대관만 쫙 둘러봤는데, 전체도 아닌 단 한 층을 대충 훑어보는 데도 4시간 이상은 걸렸다. 고대관은 고전 조각들과 고대 그리스, 오리엔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중해 등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류문명의 요람부터 유럽 모체 문명의 탄생까지를 알 수 있는 곳인 것이다. 전시관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시품들은 전부 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해온 것들이다. 때문에 그리스.. 더보기
Rue Mouffetard 파리 5구의 지하철 역 ‘까르디날 레모완(Cardinal Lemoine, 10호선)’을 나와 언덕을 넘어가면 ‘무프타흐(Rue Mouffetard)’ 라는 거리가 있다. 까르디날 레모완은 전공 전문 도서관이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인데, 어느 날 전공 공부를 하다 지겨워서 뛰쳐나와 아무 생각 없이 언덕을 오르다가 이 거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주 지극한 우연의 찰나에 마주친 작은 거리이지만 활기차고 분위기 있어서 매료되었는데, 언덕을 넘어 이 거리 끝을 지나 직진을 하면 새로 이사 온 집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에펠탑 인근이나 샹젤리제 같이 북적거리고 화려한 거리는 아니지만, 파리 시민들의 실제 삶이 녹아있는 거리라서 상당히 좋아한다. 예쁜 기념품과 소품을 파는 가게도 .. 더보기
Chez moi 새 집으로 이사한 지 2주가 다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 원하던 지역이나 형태의 집은 아니지만 일단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우선 급하게 와서 집을 구하느라 집 구하는 짧은 시간동안 체력과 정신력을 심하게 소모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예상외로 집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넓고, 깨끗하고, 비교적 나쁘지 않은 가격에 집세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주인 아주머니도 좋다. 집 바로 앞에 대형 상가와 은행, 우체국이 자리잡고 있어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집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바로 전망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7층인데다 내가 사는 구의 가장 큰 중심지라 그런지 전망이 좋다. 게다가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서울처럼 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들은 다 볼 수 .. 더보기
Rue Saint Charles, 가장 좋아했던 거리 풍경 드디어 이사를 했다. 지난 주말에 이사했으니까 곧 일주일이 된다. 워낙 주택난이 심한 도시인지라 거주지 구하는 것 때문에 온갖 압박과 괴로움에 시달렸지만 어쨌거나 이사를 했다. 운이 좋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파리에 온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꽤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머문 숙소와 주변에 대해 애착이 있긴 하다. 우선은 파리에 와서 최초로 거주한 숙소인데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예뻐서 꽤나 좋아했다. 숙소 옆에는 초등학교가, 뒤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낮이 되면 애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긴 했지만 소음이 아닌 활기찬 소리가 맑은 공기를 뚫고 퍼지는 것이 나쁘진 않다. 아침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꼬마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묘미도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