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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슈투트가르트/20150417-20150503] 도시가 내미는 다른 쪽 손을 잡다 작년 겨울에 슈투트가르트를 방문했지만 들리지 못한 곳이 있었다. 바로 헤겔 생가. “정치란 모순의 충돌 과정을 통해 고도의 체계가 등장하고, 그 체계도 새로운 모순을 배태해 더한 고도의 체계를 만들면서 더욱 진보하는 것”이라는 변증법 이론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헤겔은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태어났다. 헤겔이 활동할 당시에 독일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고, 슈투트가르트는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수도였다.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바덴이 카톨릭으로 남은 것과는 달리, 뷔르템베르크 공국은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대표적인 루터 교 지역으로 자리 잡는다. 구교와는 사뭇 다른 신교의 교리, 특히 검소함과 근면을 강조하는 특유의 생활방식은 상공 시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게 되고, 한창 상공업이 성장하던 뷔르템베르크 역시 .. 더보기
[에슬링엔 암 네카어/20150417-20150503] 중세 도시에서의 재회 슈투트가르트에 온 내가 신 궁전 광장과 재회의 인사를 나눈 후 그 다음으로 바로 한 일은 친구인 율리안(Julian)을 만나는 것 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우리 학교로 교환 학생을 왔었던 율리안은 지금 슈투트가르트에서 일하면서 인근의 에슬링엔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나이도, 성별도, 출신지도, 모국어도 다르지만 관심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율리안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 난 후, 약 2년 정도 연락만 주고받으며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이!”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에 피식 웃으며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들 하고, 어느 정도는 이 말이 맞다. 허나 본디 친구란 존재는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서로의 행복을.. 더보기
[슈투트가르트/20150417-20150503] 다시 만난 도시의 품 속에서 젊은 도시, 카를스루에와의 여정을 끝내고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했다. 바덴에서 뷔르템베르크로 넘어간 것이다. 작년 겨울에 이미 한 번 갔다 온 지라 그냥 건너 뛸 법도 했지만 어쩐지 한 번 더 슈투트가르트에 가고 싶어진 지라 결국 슈투트가르트 행 기차에 올랐다. 겨울의 문턱에서 처음으로 회색의 무거운 코트를 걸친 곳, 그리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일 때 만났던 첫인상이 각인되었던 도시, 슈투트가르트. 하지만 같은 도시라 하여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도 없이 실감했던지라 첫인상이 그 도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익히 체득하고 있었다. 그래서 슈투트가르트에 한 번 더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스스한 몰골로 몸을 기차 안에 집어넣고 약 30분간 졸다보니 어느 새 슈투.. 더보기
[바덴바덴/20150417-20150503] 검고, 푸르고, 반짝반짝 빛나던 날 바덴바덴에 가게 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마치 내가 카를스루에를 여행의 첫 관문으로 낙점한 것처럼, 그냥 지극히 사소한 계기가 있었을 뿐이다. 원래 바덴바덴이라는 지명은 책을 통해 로마 시대의 목욕탕 유적이 유명한 곳 이라고 들은 것이 전부 였다. 물론 바덴바덴을 다녀 온 주변 프랑스인 친구들이나 독일인 친구들이 굉장히 아름다운 휴양지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기도 했고. 허나 이보다 더한 동기가 있고, 또 그 동기가 없었더라면 내가 바덴바덴을 방문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작년, 처음 독일 여행을 갔을 때 내가 택한 목적지는 슈투트가르트 였다. 11월 말,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던 쌀쌀한 슈투트가르트의 시청 앞에 걸터앉아서 와인을 홀짝이고 있을 때, 우연히 한 가족을 만났다. “아가씨 혹시 혼자 왔어요 ?” ..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Weihnachtsmarkt in Deutschland!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관한 단상 독일은 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중세 봉건 체제의 잔재가 가장 많이 잔존하는 국가이다. 물론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테크놀로지의 국가이기도 하다. 현대 물리학의 수많은 거장들이 독일에서 탄생했고, 의학과 생리학, 기계공학 등의 첨단 분야 연구 실적은 세계 최정상급인데다 지멘스, 보쉬, 다임러 등의 회사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살에는 현존하는 유럽 국가들 중 가장 중세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독일의 지방자치제이다. 유럽 최초의 종교전쟁이자 가장 끔찍한 이념전쟁으로도 묘사되는 30년 전쟁 이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인해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되고, 독일 각 지역은 그 지역 하나가 영방 국가의 단위로 쪼개지면서 철저한 중앙집권으로 가는 이웃 프랑스와는 정 반대의 길을 ..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Mein erste Weinachten in Europa, 유럽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별 것 없었다. 그냥 ‘연휴니까’ 부랴부랴 티켓을 예매하고 떠난 것이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그냥 공휴일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유럽은 지금은 종교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가장 기본적인 전통 명절이 크리스마스이니 가장 큰 연휴가 이 시기일 수밖에 없다.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파리는 유럽에선 상당히 큰 도시이고, 많은 상점이 있고, 휴일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도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연휴에 파리에 있기가 싫었다. 연휴 때에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유리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잠깐 한 사이 내 손에는 쾰른으로 가는 왕복 열차표가 들어와 있었다. 2014년 12월은 내게 참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달이다. 생에 .. 더보기
[루드비히스부르크/141127-141130] Ludwigsburg, 기대치 않은 하루 이번 여행에서 저지른 실수 중 가장 바보 같은 실수를 꼽자면, ‘와인도 술’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아주 깔끔하게 까먹었다는 것이다. 뜨겁게 끓여서 독특한 향을 넣은 따뜻한 와인, 프랑스에서는 뱅 쇼(Vin chaud)라고 하고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ühwein)이라고 한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람들이 한 손에는 컵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컵에 들어있는 음료 대부분이 바로 이 글뤼바인이다. 와인하면은 보통 프랑스를 많이 떠올리지만 사실 독일 역시 와인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특히 남쪽의 유명한 화이트 와인인 모젤 와인은 유럽 내에서도 유명한 와인 중 하나이고, 바덴-뷔르템베르크 역시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이다. 슈투트가르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처음 마셔본 글뤼바인은.. 더보기
[슈투트가르트/141127-141130] Stuttgarter Weinachtsmarkt, 중세의 환상을 보다 나는 커다란 것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차이들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번 여행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즐겁긴 하지만 여러 가지 할 일들이 산재해 있고 복잡하고 머리 아플 때도 많다. 그래서 훌쩍 떠나온 것인데, 떠날 때나 갓 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정신이 없었던 지라 ‘여기가 독일이구나’ 정도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떼면서 사소한 차이를 느낄 때마다 ‘아, 여기는 파리가 아냐! 여긴 독일이야!’를 실감하게 되었는데...예를 들어 보자면 주로 아래의 상황들이라고 요약을 할 수 있겠다. 1. 승강장 안내 방송이 프랑스어가 아닌 독일어로 나오는 순간 2. 손으로 직접 문을 열어야 하는 파리 메트로의 수동문과는 달리 정차할 역에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