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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라 로셸 (+ 액스 섬)/20150712-13] 하늘색 진주와 하얀색 바다 왜 갑자기 이곳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결심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단순하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가기 전에 프랑스의 바다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렸고, 그렇게 충동적으로 표를 사고 짐을 꾸려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아침 기차에 올라 라 로셸로 향했다. 아직 새벽의 흔적이 가시지 않아 어두컴컴함이 도시 전체에 내려앉아 있었고, 새벽 일찍 일어난 지라 피곤했던 좌석 시트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종점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기차를 타면 아무리 잠이 들더라도 한 번 정도는 깨는데 전혀 깨지 않고 그대로 계속 잠을 잤다. 몽롱한 채로 잠에 젖은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리고 역에서 내리자 따스한 태.. 더보기
[랭스/20150709] 자연의 선물과 왕들의 흔적 파리 동쪽에 위치한 샹파뉴 지방은 샴페인 와인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그도 그럴 것 없이 이 지역의 특산인 탄산 와인 샹파뉴를 영어로 읽으면 샴페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탄산이 들어간 와인만이 이 지역의 전부가 아니다. 물론 예로부터 와인과 미식으로도 유명한 곳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탄탄한 농업과 상업을 기반으로 번영하여 중세 프랑스에 전성기를 구가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중세의 샹파뉴 백작은 프랑스 왕보다도 더 강한 권력과 재력을 지니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베네치아와 협력해 십자군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 후 프랑스가 중앙집권국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도 이 지역의 농업과 상업은 큰 역할을 한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생기는 데에 아주 중요한 물질적 태반을 제공한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더보기
[엑상프로방스/20150701-03] 한 여름밤의 꿈이 남긴 잔상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환상적인 이틀은 금방 지나가고 어느 새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떠나기 싫어서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들지 않았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곧 다가옴을 알리는 프론트의 전화를 받고 애써 일어나 짐을 챙겼다. 어쨌거나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일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곡차곡 짐을 개어 넣다 문득 내가 무언가를 잊어버린 것 같아서 잠시 앉아 골몰히 생각하니 그 유명한 프로방스의 시장에 가보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시간을 보니 오후가 멀지 않은 지라 조금만 지체하면 시장이 파할 것 같아서 서둘러 짐정리를 마친 후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기껏 이곳까지 와서 시장을 보지 못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기에 정신없이 뛰어갔다. 다행히 시장은 내가 .. 더보기
[엑상프로방스/20150701-03] 여름 밤의 환상과 마법 환상적인 태양과의 첫날을 보내고 난 후, 시내에 있는 터미널에 가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계속 엑상프로방스에 머물 수도 있었지만 꼭 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환한 태양빛을 받아 생장의 절정을 달하는 자연을 보면 기분이 남다르다. 여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싱그러운 태양과 자연을 보면 내 신체 역시 세포 속에서부터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역시 인간의 신체도 식물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을 쬐고 광합성을 하면서 활기를 얻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 물론 태양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구름이 낀 날씨가 더 맞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태양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 느끼게 되는 .. 더보기
[엑상프로방스/20150701-03] 무엇이 행복이란 감각을 만드는가 파리는 프랑스이고, 프랑스는 곧 파리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서 굳이 한 번 더 쓰기도 지겨운 문구이다. 서프랑크 왕국과 카페 왕조 성립 이후, 유럽에서 줄곧 하나의 국가를 유지해온 유일무이한 중앙집권국가인 만큼 그 수도인 파리가 가지는 위상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가장 프랑스인들이 꼽는 프랑스적인 지역은 파리가 아니라 프로방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흔히들 생각하는 '낭만적이고 예쁜 풍경'이라는 편견만 가지고 보자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파리는 어디까지나 거대한 도시 파리이지만,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햇빛이 빛나는 보석 같은 장소이다. 한 마디라, 파리는 그냥 파리일 뿐이지만 프로방스는 프랑스의 보석이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을 가장 프랑스적인 지역이라.. 더보기
[쾰른/20150622-28] 두 번째 작별 인사와 배웅 마지막 날,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쾰른에서 가장 큰 미술관 중 하나인 리하르츠-발라프 미술관이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쾰른을 방문했을 때 미처 방문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발라프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이 길어서 편의상 발라프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리하르츠-발라프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 이름인 것이, 그도 그럴 것 없이 이 미술관을 있게 한 사람들이 바로 리하르츠와 발라프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이던 두 사람이 자신들의 수집품들을 쾰른 시에 기증하면서 이 미술관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번 방문했던 쾰른의 현대 미술관인 루드비히 미술관도 기증가의 이름을 따서 미술관 이름을 붙였는데 사례인데 발라프-리하르츠 박물관도 같은 사례라 할 .. 더보기
[쾰른/20150622-28] 두고옴으로써 받은 선물 쾰른에서 머물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라인 강 산책이다. 물론 대성당 구경을 꼽는 사람도 있지만, 대성당은 쾰른 체류의 매력이기 이전에 너무나도 기본적인 사항이자 도시 랜드마크 이기 때문에 제외하도록 한다. 내가 쾰른을 좋아하는 것은 대성당의 웅장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성당의 웅장함과 전형적인 도시적 구조 속에 또 다른 생기를 넣어주는 라인 강의 산책로가 있기 때문이다. 라인 강은 쾰른이라는 도시를 탄생시킨 탯줄이며,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한 혈관이자 힘줄이다. 쾰른을 칭할 때 '라인 강 유역의 거대한 대성당 도시' 혹은 '라인 강의 쾰른'이라는 어구를 붙이는 것은 단순한 수식만이 목적인 것이 아니다. 라인 강은 웅장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처럼, 쾰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 더보기
[본/20150622-28] 거장을 찾아 떠나 영혼을 만나다 쾰른은 라인 강 유람선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오랫동안 라인 강은 비옥한 토양을 위한 양분과 각종 인적 자원들을 실어 나르는 독일 내륙의 혈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철도를 비롯한 다른 교통망의 발달로 내륙 수운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 강은 계속 남아 관광 자원으로써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름에는 쾰른에서 코블렌츠 까지 운영하는 관광 유람선이 인기인데, 이 노선을 타고 가다보면 라인 강 기슭에 남아있는 중세 시대의 성들과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로렐라이의 언덕도 이 코스에 끼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코블렌츠 까지 갈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던지라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지난 크리스마스 때 가려고 했었으나 가지 못한 도시인 본을 지난다고 .. 더보기
[쾰른/20150622-28] 도시의 척추와 심장을 가로지르다 쾰른은 교회가 많은 도시이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성 아포스텔렌 교회 외에도 11개, 총 12개의 로마네스크 양식 중세 교회가 쾰른에 존재한다. 물론 그 이전에는 더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었지만 지난한 역사의 과정과 전쟁 속에서 많은 수가 불타 없어졌고, 지금 쾰른에 남아있는 교회는 웅장한 대성당을 제외하면 모두 12개이다. 그 험난한 역사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교회가 많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그만큼 이곳이 카톨릭 신앙의 중심이자 종교의 힘이 강한 곳임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쾰른에 있는 교회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회는 아데나워와 비잔티움 황녀 테오파노의 역사가 깃든 아포스텔렌 교회이지만, 아포스텔렌 교회 말고도 또 좋아하는 교회가 있다. 바로 쾰른 중앙역 북쪽에 위치한.. 더보기
[쾰른/20150622-28] 도심 속의 카오스, 시간이 한데 모여 엉켰을 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이라 하면 지난번에는 못 이룬 ‘도보 여행’을 실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걸어서 쾰른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유적지들을 방문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 일단 날씨가 개자마자 내가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노이어마크트(Neuemarkt)이다. 영어로 치면 ‘뉴 마켓(New Market)’으로 번역되는 노이어마크트는 쾰른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쉴더가세와 연결된 쾰른의 대표적인 상점가이며, 동시에 내가 지난 크리스마스 방학 때 머문 숙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랬던 지라 그 때 매일같이 노이어마크트와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는 것이 여행 중의 일과로 자리 잡았었다. 숙소에서 시내나 대성당 쪽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노이어마크트를 거쳐야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