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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애증의 대상에 대해서 프랑스어를 배운 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부터 불문학 부전공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였으니...대략 3-4년 정도는 한 셈이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만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 시험도 보았는데, 아무래도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혼자 공부하기엔 다소 힘에 부치는 지라 결국 외부 수업도 들으면서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까지 이르렀다..... 사실 외국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한다. 단지 배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어렸을 때 부터 무언가를 시리즈나 종류별로 모으는 그런 기묘한 버릇이 있었는데, 아니 어릴 땐 누구나 다 그런 버릇이 있지. 하여튼 뭔가 이상하다 싶은 수집 욕구가 꽤 강한 편이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책과 그림, 그리고 언어였던 것으로.. 더보기
혼자 밥먹지 맙시다? 요즘은 혼자 밥먹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고, 특히 대학가에서는 혼자 밥먹는 것이 일상인 학생들이 꽤 많다는데...그래도, 아직도 혼자 밥먹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꽤 많다. 실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혼자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한다. 특히 바깥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더더욱. 아마 이 사실은 한국의 식당만 가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혼자 앉을 수 있는 1인용 자리가 거의 없고, 또 들어가서 "몇분입니까?"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질문자의 내면에 깔린 '식당은 여러 명이 오는 곳이다'라는 전제를 생리적으로 뇌가 인식한다. 더불어 혼자 왔다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 말 해놓고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위화감이 올라온다. 아마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겪어봤을만한 경험이 아닐.. 더보기
문득, 진학을 앞두고 사실 내가 후배들에게 할 말은 딱히 없다. 정말 해 줄 말이 없어서 라기 보다는, 그냥 후배들에게 "하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들을 지금의 내가 혼자서 다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후배들에게 뭐라고 할 자격과 껀덕지가 있긴 한 것일까. 그렇다. 아이러니 하게도, 후배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과 내가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것들은 죄다 합친 형상이 지금의 내 꼬라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학문의 세계가 참 매혹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원래 호기심이 인간의 본능인 만큼, 그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지적인 탐사 행위는 불가사의 하면서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학문의 세계가 인간을 이끄는 이유는 인간이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더보기
꽃을 그리며 올해는 유난히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고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헌데 문제는 피지도 못한 꽃들을 제물 삼아서 줄줄이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여태까지는 불만족이 있어도 나름 감수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태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고궁과 까페를 드나들며 나름 즐길 수 있다는 점, 연구를 위해 한국어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이 꽤나 "안전"하다는 점이 다른 불만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게 해줬었다. 헌데 마지막 부분이 요즘은 영....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연이.. 더보기
병상에 대한 단상 다들 혹시나 “뮌하우젠 증후군” 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려나. ‘허풍선이 남작’ 으로 알려진 18세기 독일의 귀족인 뮌하우젠 이라는 인물 에서 유래된 말인데, 끊임없는 거짓말과 과장이 자신의 실제 경험이라고 믿는 일종의 정신 질환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꾀병을 과시하고 ‘인증’까지 하면서 관심을 받는 것에 위안을 느끼는 증상이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뮌하우젠 증후군’의 이미지는 이런 쪽 일 것이다. 아, 꾀병도 단순한 꾀병 말고 수술과 입원이 필요한 그런 병들로. 뭐 이것도 일종의 애정 결핍 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솔직히 말해서 “설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꾀병으로 관심을 받는 것도 어릴 때의 일이지, 다 큰 성이니 꾀.. 더보기
그들의 내밀함이 곧 나의 내밀함이니,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중국의 민가를 기행하다 다큐 PD 왕초의 22000 킬로미터 중국 민가기행 윤태옥 지음, 한동수 감수, 미디어 월 출판(2013) "일반 중국인들의 실제 삶은 시사적인 관점으로 취합한 뉴스와는 꽤 거리가 있다. (중략) 우리가 이웃으로 살아야 하는 중국인들의 대다수는 바로 아파트나 평방에 사는 이런 사람들이다." 흔히들 가깝지만 알지 못하는 나라. ‘중국’을 수식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없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정치 및 경제 측면에서나 한반도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온 지역이 바로 중국 대륙이다. 이는 아마 더 강조해봤자 입만 아프고 진부한 사실일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이 과연 중국대륙의 실제와 얼마나 맞닿아 있을.. 더보기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를 생각하며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서양 중세사와 문화사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1929년 뤼시앙 페브르와 마르크 블로크에 의해 창시되어 프랑스 학계를 넘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아날학파의 마지막 생존 멤버이던 자크 르 고프, 그가 지난 4월 1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다. 이는 비단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의 죽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생전 얼굴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기도 한데, 가령 너무나 좋아하던 스타나 작가가 죽는 것 역시 슬픔에 있어서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르 .. 더보기
"에밀레 종"의 절규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하필이면 유쾌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우울한 것으로 글을 쓰게 되어 마음이 다소 심란하다. 날씨도 좋으니 어디 외출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차마 나갈 수는 없는 처지인지라 사진이라도 간단하게 올리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안 그래도 불행한 사고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으로 젖어 뒤숭숭한 가운데, 나 본인의 사정 마저도 그리 녹록치 않으니 참 뭐라 할 말이없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더 사람 심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피맺힌 절규가 있으니 바로 "에밀레 종"의 절규이다. 에밀레 종에 관한 전설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름답고 청명한 종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갈아넣어 제물로 바쳐 만들어졌다는 전설. 고대에는 인신공양이 꽤 흔했고, 또 미노타우로스 전설이 있는 크레타 문명에서도 영.. 더보기
18세기 연인열전 (2)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 무엇을 사랑이라 하며, 무엇을 위해 울 것인가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 Wolfgang von Goethe), 1774년 간행 "무엇을 사랑이라 하며, 무엇을 위해 울 것인가" ▲ 2011년 독일의 한 극장에서 상연된 연극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현대는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노래를 들어도, TV를 틀어도, 책을 집어 들어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중에는 소위 ‘연애 기술’ 혹은 ‘연애지침서’라는 책들이 항상 포함되어있고, 아직 교제하는 상대가 없는 대학생들은 교제 상대를 구하기 위해 미팅이나 소개팅을 한다. 헌데 이 넘쳐나는 사랑들을 모두 ‘사랑’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데 왜.. 더보기
18세기 연인열전 (1)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 : 순수를 위해 사는가, 관능을 위해 사는가 에밀리아 갈로티(Emilia Galotti) 고트홀트 E. Lessing, , 1772년 作 "순수를 위해 사는가, 관능을 위해 사는가" ▲2006/2007년 독일 하노버의 한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포스터 ″폭력! 누군들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겠습니까? 폭력이라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녜요. 유혹이야말로 진짜 폭력입니다. 제 몸에도 피가 흘러요, 아버님. 어느 누구 못지않게 젊고 뜨거운 피가요. 저도 관능이 있답니다. 저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어요″ - 에밀리아 갈로티 中 멋진 약혼자가 있는 아름답고 순수한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을 빼앗아 자신의 수중에 넣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영주. 아마 요즈음도 많이 볼 수 있는 스토리 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주를 어디 대기업 사장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