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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

voyage le week-end! 시간표를 기가 막히게 짜서 그런지 목요일 오전까지만 수업이 있고, 목요일 오후부터는 한가하다. 그런 이유로, 슬럼프가 올 기미가 강하게 보이는 요즈음에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바로 슬럼프가 오기 전에 미리 기분전환을 하고 오기로 한 것! 어느 날 집 문제와 각종 행정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최근 너무 따라가기가 힘든 수업이 하나 있어서 길에서 울고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냥 마음가는대로 울어버렸으면 차라리 괜찮았을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울 때 울고, 웃을 때 웃는 성격은 되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에 담아두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작은 문제를 곪게 만들어서 나중에 고생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문제만 크게 만들어 좋을 것이 뭐가 있으랴. 그렇게 우울해.. 더보기
Premiere fois au Louvre, 처음 루브르에 가다 주말에 처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았다.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가본 루브르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거대하고, 미로 같았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장대해서 그냥 그 자리에서 압도당해버렸다. 가장 관심 있고 흥미가 가던 부분들을 먼저 보기 위해서 우선 1층의 고대관만 쫙 둘러봤는데, 전체도 아닌 단 한 층을 대충 훑어보는 데도 4시간 이상은 걸렸다. 고대관은 고전 조각들과 고대 그리스, 오리엔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중해 등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류문명의 요람부터 유럽 모체 문명의 탄생까지를 알 수 있는 곳인 것이다. 전시관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전시품들은 전부 다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해온 것들이다. 때문에 그리스.. 더보기
Rue Mouffetard 파리 5구의 지하철 역 ‘까르디날 레모완(Cardinal Lemoine, 10호선)’을 나와 언덕을 넘어가면 ‘무프타흐(Rue Mouffetard)’ 라는 거리가 있다. 까르디날 레모완은 전공 전문 도서관이 있어서 자주 가는 편인데, 어느 날 전공 공부를 하다 지겨워서 뛰쳐나와 아무 생각 없이 언덕을 오르다가 이 거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주 지극한 우연의 찰나에 마주친 작은 거리이지만 활기차고 분위기 있어서 매료되었는데, 언덕을 넘어 이 거리 끝을 지나 직진을 하면 새로 이사 온 집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에펠탑 인근이나 샹젤리제 같이 북적거리고 화려한 거리는 아니지만, 파리 시민들의 실제 삶이 녹아있는 거리라서 상당히 좋아한다. 예쁜 기념품과 소품을 파는 가게도 .. 더보기
Chez moi 새 집으로 이사한 지 2주가 다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 원하던 지역이나 형태의 집은 아니지만 일단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우선 급하게 와서 집을 구하느라 집 구하는 짧은 시간동안 체력과 정신력을 심하게 소모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예상외로 집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넓고, 깨끗하고, 비교적 나쁘지 않은 가격에 집세 보조금도 받을 수 있고 주인 아주머니도 좋다. 집 바로 앞에 대형 상가와 은행, 우체국이 자리잡고 있어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집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바로 전망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7층인데다 내가 사는 구의 가장 큰 중심지라 그런지 전망이 좋다. 게다가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서울처럼 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들은 다 볼 수 .. 더보기
Rue Saint Charles, 가장 좋아했던 거리 풍경 드디어 이사를 했다. 지난 주말에 이사했으니까 곧 일주일이 된다. 워낙 주택난이 심한 도시인지라 거주지 구하는 것 때문에 온갖 압박과 괴로움에 시달렸지만 어쨌거나 이사를 했다. 운이 좋다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파리에 온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꽤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나름 처음 머문 숙소와 주변에 대해 애착이 있긴 하다. 우선은 파리에 와서 최초로 거주한 숙소인데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예뻐서 꽤나 좋아했다. 숙소 옆에는 초등학교가, 뒤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낮이 되면 애들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긴 했지만 소음이 아닌 활기찬 소리가 맑은 공기를 뚫고 퍼지는 것이 나쁘진 않다. 아침이 되면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하는 꼬마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묘미도 나.. 더보기
La folie (3) 사랑스러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내가 관광지 같은 곳을 갈 리가 없었을 것이다. 본래 관광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성격도 아니고, 사람 많은 곳을 그다지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파리에 도착해서 에펠탑이나 개선문을 보았을 때도 큰 감흥은 없었다. 파리에 온 것은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는 앞으로의 생활과 학업에 대한 걱정이 더 컸으니까. 무엇보다도 집이 안구해져서 매번 뒤척이며 혼자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던 스트레스 최고조의 상황이었던지라 관광을 하거나 돌아다닐 여력을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오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일단은 친구들이 왔으니까 놀아야 되고, 무엇보다 파리가 처음인 녀석이 ‘여행’을 왔으니까, 그것도 신입사원이 되어서 받은 첫 휴가로 파리를 왔으니까 결국 녀석을 위해 관광지.. 더보기
La folie (2) 그렇게 해서 나는 두 친구들을 우리 집에 재우면서 동시에 파리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원래 방 주인에게 이를 귀뜸해주고 싶어도 잠시 참아주시길 바란다. 사람이 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매정하게 구는 거 아니다. 사실 파리에 왔어도 제대로 관광지를 다닌 적은 없었고 또 사람 많은 곳을 귀찮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럴 마음도 썩 들진 않았었는데, 티모는 파리가 처음인지라 결국 고전적인 관광을 하게 되었다. 유럽 애들이 확실히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럽의 대도시들을 다 가본 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착한 아침, 티모가 나에게 어디 괜찮은 곳 없냐고 하기에 “글쎄...나도 여기 온 지 2주 밖에 안 돼서 모르겠다”고 하자 “이봐 난 파리에 도착한 지.. 더보기
La folie (1) - La folie : 미친 짓 파리에 와서 불법의 연속을 저지르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를 가던 불법은 나쁜 것이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우선 나의 파리 체류는 시작부터가 불법이었다. ‘Sous-location’이라고, 일명 ‘재임대’라는 건데 세입자가 집을 비운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잠깐 세를 놓는 방식을 말한다. 아마 영어권에서는 'sublet'이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식으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이 임대를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재임대는 불법이다. 그러나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워낙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 주택을 찾을 수가 없을 때에는 재임대로라도 임시 거주지를 구해야 한다. 왜 굳이 재임대와 파리 주거 사정에 대한 운을 이렇게 길게 떼냐 하면,.. 더보기
une seule asiatique.....(아시아인은 나 혼자) 지난 주 화요일에는 학교 전체 입학식, 그리고 지난 주 목요일에는 학과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사실 파리에도 한국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물론 런던보다는 적겠지만) 학교에도 당연히 한국인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근데 전체 학교 입학식 때 얼핏 본 바로는 아시아인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한 7명이나 8명 정도 되려나? 오늘 FLE(Français langue étrangère: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 인터뷰 명단 봤는데, 석·박사 및 교환학생, 포스트닥터 연구생 등 전체학생 통틀어서 일본에서 온 학생이 3명, 그리고 중국 학생이 4명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 학생이 많긴 하지만 아시아 학생보다는 유럽 학생들이 많다. 에.. 더보기
Ma belle ville (나의 아름다운 도시) 도시의 공기는 자유를 준다는 말이 있다. 지극히 고전적인 표현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젊은이들과 여자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시골보다는 도시의 삶이 더 매력적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시골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수많은 선택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담보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여자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것은, 이와 같은 요소들을 모두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장소는 도시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12세기에 태어났다면 콘스탄티노플이나 항저우, 혹은 차선책으로 사마르칸트에 살고 있길 바랄 테지 남프랑스나 스칸디나비아, 데칸의 시골에 태어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자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중세의 파리는 대학이 있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