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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日 : 살다

La peau de Paris (파리의 피부) 사실은 도착하자마자 시내도 돌아다닐 겸 은행 통장을 개설하려고 했지만 임시숙소인지라 거주 증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인지라 영업을 하는 곳이 없었고. 신기했던 것은 은행이나 영업점들이 토요일 오전에는 영업을 하지만 월요일까지 쉰다는 것 이었다. 근무시간이 생각 외로 짧고, 특히 은행의 경우는 미리 예약을 잡고 가야 한다는 점이 주의사항인 듯. 이런 사소한 면에서 한국과 상반임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소비자, 사용자 위주의 문화이냐 노동자 위주의 문화이냐가 꽤 큰 차이인 듯. 무엇이 더 바람직한 지는 조금 더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해봐야 겠다. 덕분에 둘째 날에는 발드릭과 함께 신나게 시내구경을 했다. 웬만한 관광지는 다 돌아다닌 것 같음. 에펠탑,.. 더보기
Bienvenu!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에도, 비행기를 타고 나서도 그다지 실감은 하지 못했다. 그냥 내가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난다는 것 정도만 실감했다. 이륙할 때 드는 묘한 느낌 때문에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잔뜩 긴장한 티를 내다가 아사다 마오를 닮은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언니와 눈이 마주쳐 웃음이 터져버렸을 때도, 기내식을 먹으면서 목적지까지 몇 시간 남았는지 체크를 할 때도, 내가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을 그다지 실감하지는 못했다. 아마 장본인인 나 보다는 부모님이 훨씬 걱정을 많이 하고, 불안해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물론 이건 그 때 뿐만이 아니라 체류한 지 4일이 넘어가는 지금에도 해당되는 이야기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샤를드골 공항에 갓 도착해서도 그다지 실감이 나진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간판들.. 더보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낸 시간들을 생각하며 어렸을 때 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가긴 했어도, 그 공간이 주는 느낌과 공간 속에 있는 전시물들이 담고있는 내용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커서도 변함없이 좋아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 있던 시절부터 참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그 때의 국립중앙박물관 보다는 지금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더 좋다. 물론 나는 경복궁도 좋아하지만, 박물관에는 조선시대의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닌 지라 좁은 부지에서 어딘가 둥둥 뜨던 느낌을 주던 그 때의 박물관 보다는 넓은 공간과 훌륭한 채광을 지니고 전 역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금의 박물관이 더 좋다. 게다가 이 멋진 현대식 공간은 지난 과거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는 상징적 의미도 품고 .. 더보기
영혼의 밑바닥까지...... 아주 홀랑 털린 기분이 든다......아니, 어려운 시험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 갑갑하다. 물론 여태까지 했던 주제들에 비하면 꽤 쉬운 주제가 나왔지만은....뭐라고 해야할까, 지금의 내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이렇다. "앞으로 어떻하지?" 석사 진학하면 더 전문적이고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문장들을 접하고, 책을 읽고, 직접 그 책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발표하고, 심지어 논문까지 써야되는데 어찌 될 지....나는 오늘 내 미래가 굉장히 캄캄한 것을 느꼈다. 대학 시절 동기와 같이 "미라이가 미에나이(未来が見えない: 미래가 보이지 않아)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숨을 쉰 적이 있는데....정말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오늘에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상급레벨 .. 더보기
외국어, 애증의 대상에 대해서 프랑스어를 배운 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부터 불문학 부전공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였으니...대략 3-4년 정도는 한 셈이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만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 시험도 보았는데, 아무래도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혼자 공부하기엔 다소 힘에 부치는 지라 결국 외부 수업도 들으면서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까지 이르렀다..... 사실 외국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한다. 단지 배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어렸을 때 부터 무언가를 시리즈나 종류별로 모으는 그런 기묘한 버릇이 있었는데, 아니 어릴 땐 누구나 다 그런 버릇이 있지. 하여튼 뭔가 이상하다 싶은 수집 욕구가 꽤 강한 편이었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책과 그림, 그리고 언어였던 것으로.. 더보기
혼자 밥먹지 맙시다? 요즘은 혼자 밥먹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고, 특히 대학가에서는 혼자 밥먹는 것이 일상인 학생들이 꽤 많다는데...그래도, 아직도 혼자 밥먹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꽤 많다. 실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혼자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한다. 특히 바깥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더더욱. 아마 이 사실은 한국의 식당만 가도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혼자 앉을 수 있는 1인용 자리가 거의 없고, 또 들어가서 "몇분입니까?"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질문자의 내면에 깔린 '식당은 여러 명이 오는 곳이다'라는 전제를 생리적으로 뇌가 인식한다. 더불어 혼자 왔다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 말 해놓고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위화감이 올라온다. 아마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겪어봤을만한 경험이 아닐.. 더보기
문득, 진학을 앞두고 사실 내가 후배들에게 할 말은 딱히 없다. 정말 해 줄 말이 없어서 라기 보다는, 그냥 후배들에게 "하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들을 지금의 내가 혼자서 다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후배들에게 뭐라고 할 자격과 껀덕지가 있긴 한 것일까. 그렇다. 아이러니 하게도, 후배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과 내가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것들은 죄다 합친 형상이 지금의 내 꼬라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학문의 세계가 참 매혹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원래 호기심이 인간의 본능인 만큼, 그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하는 지적인 탐사 행위는 불가사의 하면서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학문의 세계가 인간을 이끄는 이유는 인간이란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더보기
꽃을 그리며 올해는 유난히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그래서인지 여러 사고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꽃이 빨리 피고 빨리 졌다. 헌데 문제는 피지도 못한 꽃들을 제물 삼아서 줄줄이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100퍼센트 만족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여태까지는 불만족이 있어도 나름 감수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태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고궁과 까페를 드나들며 나름 즐길 수 있다는 점, 연구를 위해 한국어를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이 꽤나 "안전"하다는 점이 다른 불만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게 해줬었다. 헌데 마지막 부분이 요즘은 영....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연이.. 더보기
병상에 대한 단상 다들 혹시나 “뮌하우젠 증후군” 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려나. ‘허풍선이 남작’ 으로 알려진 18세기 독일의 귀족인 뮌하우젠 이라는 인물 에서 유래된 말인데, 끊임없는 거짓말과 과장이 자신의 실제 경험이라고 믿는 일종의 정신 질환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꾀병을 과시하고 ‘인증’까지 하면서 관심을 받는 것에 위안을 느끼는 증상이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뮌하우젠 증후군’의 이미지는 이런 쪽 일 것이다. 아, 꾀병도 단순한 꾀병 말고 수술과 입원이 필요한 그런 병들로. 뭐 이것도 일종의 애정 결핍 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솔직히 말해서 “설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꾀병으로 관심을 받는 것도 어릴 때의 일이지, 다 큰 성이니 꾀.. 더보기
"에밀레 종"의 절규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하필이면 유쾌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우울한 것으로 글을 쓰게 되어 마음이 다소 심란하다. 날씨도 좋으니 어디 외출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차마 나갈 수는 없는 처지인지라 사진이라도 간단하게 올리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안 그래도 불행한 사고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으로 젖어 뒤숭숭한 가운데, 나 본인의 사정 마저도 그리 녹록치 않으니 참 뭐라 할 말이없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더 사람 심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피맺힌 절규가 있으니 바로 "에밀레 종"의 절규이다. 에밀레 종에 관한 전설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름답고 청명한 종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갈아넣어 제물로 바쳐 만들어졌다는 전설. 고대에는 인신공양이 꽤 흔했고, 또 미노타우로스 전설이 있는 크레타 문명에서도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