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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뒤셀도르프/141219-141229] Düsseldorf, 비어있는 뒤셀도르프에서의 반나절 사실 뒤셀도르프에 대해서 쓸 얘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냥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향하기는 했지만, 아헨을 갔을 때와는 달리 휴일인지라 모든 상점과 시가지가 굳게 닫혀있었고 날씨도 우중충했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산 우산이 망가진 곳도 뒤셀도르프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추억을 하는 이유는, 일단 뒤셀도르프의 라인 강과 구시가지도 나름 멋졌던 데다가 시인 하이네의 도시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삭막해 보이는 도시 뒤셀도르프는 독일 내에서 가장 아시아인의 비중이 높은 도시이다. 일본인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많고, 또 파독 광부나 간호사로 온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눌러앉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치면 아마 울산이랑 다소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ein schone Heiligabend in der Dom, 쾰른 대성당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 쾰른에 꽤 길게 체류한 목적 중에 하나는 바로 대성당이었다. 물론 단순히 대성당을 ‘보기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하고많은 도시들 중에 굳이 쾰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 대성당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카톨릭 교도냐 하면 그건 아니고, 개신교도는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 종교도 없고 신도 특별히 믿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 대성당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학업의 스트레스와 일상의 힘겨움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해버린 파리를 벗어나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쾰른은 내가 갈 수 있는 도시들 중 가장 가깝고, 물가가 저렴하고, 볼 것이 많고, ..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Schokoladen! 초콜렛 박물관을 가다 사실 초콜렛 박물관은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시간 때우려고 갔다. 책자에서 잠깐 언급이 되긴 했었지만 일단 로마-게르만 박물관이나 루드비히 박물관 보다는 뒷전이었고, 또 초콜렛을 좋아하기는 해도 굳이 박물관 까지 가야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쾰른 출신인 친구의 적극적인 추천과 애매하게 뜨는 시간 덕분에 그냥 발걸음을 옮겼고, 결과적으로 난 후회 없는 훌륭한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초콜렛 박물관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라인 강 하구의 항구에 위치해있다. 박물관을 가기 위해 라인 강을 따라 걸으면서 오래된 교회와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와 대비되는 강 건너의 쾰른 신시가지를 구경하는 것이 꽤 운치가 있다. 더불어 강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구경하면 나 역시 쾰른 시민들의 일상 속에 녹..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Hallo, Herr Adenauer! 아데나워와의 만남 예전에 독일 문학 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이야기 중에 기억이 남는 말이 하나 있다. “최근의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 대다수가 ‘가장 믿을만하고 좋은 이웃 국가’로 독일을 꼽았다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라는 이야기 인데, 사실은 나도 궁금하다.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와 현대사의 전개 과정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파리에서도 나이 드신 분들이 종종 ‘이탈리아나 스페인 녀석들보단 독일 애들이 더 성실하고 일을 잘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긴 했지만 그것과 ‘믿을만하고 좋은 이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거기다 독일이 두 번이나 세계 대전을 일으킨 추축국이고, 이로 인해 프랑스 역시 4년을 나치 치하에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Ludwigsmuseum, 현대미술: 세대를 넘어서 대성당과 라인강을 바로 곁에 끼고 로마-게르만 박물관 옆에 나란히 위치한 루드비히 박물관(Ludwigsmuseum)은 근현대 미술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지만, 그 외에 추상주의, 입체주의, 팝아트 등 등 다양한 분파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고, 피카소나 브랑쿠시 같은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들 역시 다수 소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현대미술을 총망라하고 있는 곳이 할 수 있겠다. 물관은 원래 하우브리히(Josef Haubrich)가 자신이 소장했던 모던아트 작품을 쾰른 시에 기부함으로써 전쟁이 끝난 후인 1946년 설립되었다. 이후 피카소의 작품과 러시아의 전위 예술가들, 미국의 팝아트, 초현실주의 회화 등 모던아트를 소장했던 루드비히 부부(..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Römisch-Germanisches Museum, 로마-게르만 박물관 여느 유럽의 대도시처럼 쾰른에도 박물관이 상당히 많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박물관은 단연 쾰른 대성당 바로 옆에 붙어있는 로마-게르만 박물관과 루드비히 박물관인데, 쾰른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두 박물관이 곧 쾰른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시대부터 중세 직전까지의 쾰른을 보려면 로마-게르만 박물관에 가면 되고, 중세의 쾰른을 보려면 다시 쾰른 대성당으로, 그리고 근대부터 지금까지의 쾰른을 보려면 루드비히 박물관을 관람한 후 출구로 나와 라인 강을 따라 걸으면 된다. 쾰른 대성당뿐만 아니라 그 주변이 모두 쾰른의 연대기를 품고 있는 장소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로마-게르만 박물관은 로마 시대의 유물이 주를 이루는 박물관임과 동시에 ‘게르만’이라는 쾰른의 역사적.. 더보기
[아헨/141219-141229] Aachen, 샤를마뉴의 도시, 그리고 당일치기 시간여행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의 국경도시인 아헨(Aachen), 프랑스어로는 액스-라-샤펠(Aix-la-chapelle)이라고도 한다. 라 샤펠(La chapelle)은 예배당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단어이고, 그러한 고로 액스-라-샤펠은 '예배당이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그 유명한 아헨 대 성당(Aachener Dom)의 역할이 컸다. 아헨 대성당은 아헨 대교구의 주교가 관할하는 성당으로, 8세기에 샤를마뉴 대제가 처음으로 건설한 이후 여러 번 개보수를 반복해서 지금은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이다. 아헨 대성당의 또 다른 명칭인 ‘황제의 돔(Kaiserdom)’도 샤를마뉴에게서 유래되었다. 800년, 샤를마뉴가 대관식을 거행한 직후 왕실 예배당으로 건립한 이 성당은 알프..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Weihnachtsmarkt in Deutschland!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관한 단상 독일은 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중세 봉건 체제의 잔재가 가장 많이 잔존하는 국가이다. 물론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테크놀로지의 국가이기도 하다. 현대 물리학의 수많은 거장들이 독일에서 탄생했고, 의학과 생리학, 기계공학 등의 첨단 분야 연구 실적은 세계 최정상급인데다 지멘스, 보쉬, 다임러 등의 회사들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살에는 현존하는 유럽 국가들 중 가장 중세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독일의 지방자치제이다. 유럽 최초의 종교전쟁이자 가장 끔찍한 이념전쟁으로도 묘사되는 30년 전쟁 이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인해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되고, 독일 각 지역은 그 지역 하나가 영방 국가의 단위로 쪼개지면서 철저한 중앙집권으로 가는 이웃 프랑스와는 정 반대의 길을 ..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Nach dem 3 Jahren, 3년만에 친구를 만나다 11월에 슈투트가르트 갔었을 때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는데 이는 최근에 내가 쾰른을 갔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슈투트가르트와 루드비히스부르크에 있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 초기인지라 다소 이른 감이 짙은 들뜸이 가득했지만, 쾰른을 갔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마켓 막바지인지라 사람도 훨씬 더 많고 붐볐다. 물론 쾰른이라는 도시 자체가 슈투트가르트보다 훨씬 크고(인구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에 따라 크리스마스 마켓의 규모 역시 훨씬 크기 때문에 더 활기차고 인파가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어로는 ‘Weihnachtsmarkt'인데 이를 영어로 직역하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된다. 마켓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각종 물품과 특산물, 수공예품 및 먹을.. 더보기
[쾰른/141219-141229] Mein erste Weinachten in Europa, 유럽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휴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별 것 없었다. 그냥 ‘연휴니까’ 부랴부랴 티켓을 예매하고 떠난 것이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그냥 공휴일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래도 유럽은 지금은 종교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가장 기본적인 전통 명절이 크리스마스이니 가장 큰 연휴가 이 시기일 수밖에 없다.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파리는 유럽에선 상당히 큰 도시이고, 많은 상점이 있고, 휴일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도시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연휴에 파리에 있기가 싫었다. 연휴 때에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유리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잠깐 한 사이 내 손에는 쾰른으로 가는 왕복 열차표가 들어와 있었다. 2014년 12월은 내게 참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달이다. 생에 .. 더보기